10년 전 개발자라는 직업을 처음 가졌을 때만 해도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는 직업은 아니었다. 개발자들끼리도 3d + dreamless 인 4d 업종이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았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개발자 몸값 인상에 대한 기사가 하나둘 나오더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최근 이직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보통 연봉의 앞자리를 2 이상 올리면서 몸값을 부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오프라인의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요즘 시대에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못 따라가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아이티 회사는 좋은 인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복리후생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선도적인 좋은 복지들이 먼저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만 해도 이미 오래전부터 자율 출퇴근제를 해오고 있어서 출퇴근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코로나 이후로 2년 넘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아직이지만, 주 4일 근무나 4.5일 근무를 도입하는 아이티 회사들도 하나씩 늘고 있다. 그리고 당일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처럼, 아무래도 좀 더 자율적인 분위기이다. 나는 제조업 회사에서 다른 직군으로근무하다가 아이티 개발자로 전향한 케이스인데, 아이티 회사에 와서 가장 놀란 일은, 퇴근할 때 인사하지 말고 조용히 나가는 게 예의라는 이야기를 듣었을 때였다.이렇게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이고, 본일 일만 잘하면 업무 외의 다른 부문들은 특별히 신경 쓰거나 스트레스받을 일이 적은 편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복지도 좋고, 연봉도 작은 편이 아니니 나름 개발자라는 직업이 어느 정도 매력 있는 편이라고 생각된다.물론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는 속도가 다른 업종에 비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해야 되고, 언제까지 개발자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꼭 개발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더라도 코딩을 배워 놓으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코딩은 컴퓨터에게 내가 원하는 일을 시킬 수 있는 명령어들을 상황에 맞게 미리 설정해 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딩을 할 줄 알면 컴퓨터를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미 굉장히 많은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코딩능력이 꼭 필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배워놓으면 도움이 된다. 내가 개발자가 되기 전에 다른 직종이 있을 때에도 코딩 능력이 도움이 돼서 기존에 나와 있는 소프트웨어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곤 했었다.
요즘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교육을 하는 게 좋을까? 우리 아이가 코딩을 스스로 익히게 해 준 스크래치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한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10살인 우리 아들은 7살 때부터 관심을 가지더니 지금은 스크래치로 간단한 게임을 만들면서 놀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스크래치는 MIT에서 아이들 교육용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이며 무료이다. 영어 타이핑이 아니라 원하는 명령어 블록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코딩을 하기 때문에 아직 영어를 모르는 아이들도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만드는데 특화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좀 더 쉽고, 재밌게 배우며, 코딩의 기본인 변수, 조건문, 반복문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크래치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스크래치 안에서 공유하고 있는데, 리믹스라는 기능을 이용해서공유된 프로그램을 자신에게 가져와 수정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이미 구현한 다른 프로그램을 손쉽게 참고하여 학습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추가로 이미지 편집이나 사운드 수정도 가능하며, 로봇을 연결하여 실제 움직이는 로봇을 컨트롤할 수도 있다.
블럭으로 코딩하는 스크래치
우리 아이는 7살 때, EBS에서 우연히 나온 스크래치에 대한 방송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 바로 나에게 저거 하게 해달라고 이야기했지만, 귀차니즘도 있고, 워낙 관심사가 급변하고 금방 식어버리는 아이라서 바로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도서관에서 가장 쉬워 보이고 얇은 책을 빌려다 주었다.
"이거 다 읽으면 가르쳐 줄게"
만화책만 열심히 보는 아이에게 글밥이 많고 나름 어려운 내용인 책을 읽으라고 했으니, 몇 분 뒤적이다가 포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재미가 있었는지 이틀 정도 만에 그 책을 다 읽어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컴퓨터 키는 법부터 마우스 사용법, 그리고 스크래치 실행 방법과 기본적인 내용들을 설명해 주었다. 그때부터 스크래치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게임 시간을 다 쓰고 나면, 아쉬운 마음을 스크래치로 달랜 것 같다. 직접 만든 게임은 실컷 해도 된다고 했더니 불이 붙어서 더 열심히 한 것도 같다. 남자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게임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코딩을 게임 개발의 도구로 이해시키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사실 나도 어렸을 적에 게임을 만들고 싶어 개발을 시작했었다.
혹시 아이가 게임을 너무 좋아한다면, 이걸로 게임도 만들 수 있어라면서 스크래치를 한번 툭 던져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