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필요한 순간 | 김민형 | 인플루엔셜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 김민형 | 인플루엔셜
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 | 김민형 | 21세기북스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 김민형 | 김영사
수학자 김민형은 비범합니다. 여러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소개되는 그의 이력을 추려보겠습니다. 김민형은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최초로 조기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되었고, 워릭대학교에서 세계 최초로 수학 대중화 분야 교수가 되었습니다. 산술기하학의 고전적 난제를 해결하여 세계적인 수학자의 반열에 오르는가 하면, 학자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학계 최고 권위상 중 하나인 호암과학상을 2012년에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화려한 이력보다도 놀라운 것은 그가 수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수학이란 넘어가기를 포기한 '벽'입니다. 그런데 김민형은 수학이 무언가 특별한 사고방식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이미 우리의 직관 속에 수학적 사고가 내재해 있으며, 우리의 모든 생각은 사실 수학적 사고라고까지 주장합니다. 누군가에겐 황당하게 들릴 이 주장에 수십 만 독자가 설득되었고, 김민형은 수학 대중화를 선도하는 학자가 되었습니다.
학문적 능력이 훌륭한 과학자는 많습니다. 대중과의 소통에 뛰어난 과학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둘 다 잘하는 학자는 드뭅니다. 김민형이야말로 그런 학자입니다. 지금도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주목할 만한 수학 교양서를 다수 써왔습니다. 이번 글에선 여러분 속의 수학을 마주하게 만드는 수학자 김민형의 책들을 소개합니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지음, 편집부 옮김 | 인플루엔셜 | 2018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 | 2020
'수학이 필요한 순간' 시리즈는 '수학적 사고'를 주제로 한 김민형의 강의들을 편집해 책으로 낸 것입니다. 강의의 대상은 수학 전공자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수학을 쉽고 재밌게 설명해 주거나, 고난도의 수학 이론을 이해시키기 위해 씨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책의 목표는 사람들의 직관 속에 이미 내재해 있는 수학적 사고를 끌어내는 것입니다. 저자 김민형은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들 스스로가 답을 찾아볼 수 있게 합니다. 상당히 어렵고 지난하지만 진정한 수학을 느껴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독자는 결국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모든 순간임을 깨닫게 됩니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에서는 '수학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수학적 사고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에 다름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직관과 상식의 수준에서 이미 수학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동의하기 어려우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자와 함께 '수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여정을 떠나보면, 어느새 앞의 문장은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책 속에서 살펴보는 사례들이 꽤나 흥미롭고 비교적 밀도가 높은 대화 형식으로 작성되어 있다 보니 수학책임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뛰어납니다. 수학적 구조, 윤리와 확률의 관계, 공리, 알고리즘, 내면기하까지 흥미로운 주제들을 따라가다 보면 수학에 관해 가져왔던 편견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전편에서 수학적 사고가 무엇인지에 집중했다면,『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에서는 수학적 사고가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이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다룹니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수학의 기반을 쌓고자 했던 시도들을 수학사적 맥락에서 살펴봅니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오히려 수학의 절대적이고 완전한 기반 체계에 집착하는 태도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2부에서는 실제 세상을 어떻게 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저자가 관심을 두고 있는 기하와 대수의 관계가 중심 내용이 되는데, 비교적 난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던져지는 질문들도 매력적입니다. 특히 우주의 수학적 해석을 다루는 부분은 어렵긴 하지만 정말 재밌습니다. 수학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
김민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
수학, 그리고 역사와 문학. 참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단어들입니다. 과학과 공학은 물론 인문학과 예술에도 해박한 김민형에게 두 분야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관계입니다. 책 『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는 수학의 인문학적 면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은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범위를 나누어 수학사적 내용은 물론 역사나 문학 속에서 수학이 등장하는 장면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인물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에피소드 위주로 책이 써져 읽는 데 부담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수학적 통찰은 또 깊습니다. 순수성에 집착하는 플라톤주의에서 벗어나고 다양한 문화가 섞일 때 수학이 발전했다는 통찰은 수학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책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유독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원자론입니다. 피타고라스의 화음 이론에서 시작된 원자론이 루크레티우스를 거쳐 통계물리가 만들어지고서야 인정받는, 무려 24세기에 걸친 역사는 세계관의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결국 세계관의 변화는 세상의 수학적 이해가 정교해지는 과정에서 왔습니다. 수학을 통해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데, 수학과 역사의 관계가 긴밀하다는 증거가 달리 더 필요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수학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인문학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김민형 지음 | 김영사 | 2022
김영사의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는 미래 세대에 전하고 싶은 핵심 교양 지식을 분야별로 남기는 기획입니다. 『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는 이 시리즈의 수학 편에 해당합니다. 책은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수학의 문장인 수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장에서는 수학사 속 에피소드들을 소개합니다. 3장에서는 20세기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수학과 지역 문화에 대해 다룹니다. 책이 상당히 가볍게 쓰여 있어 일종의 에세이집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세계적 수학자인 저자가 수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매력입니다.
수식에 대해 다루는 1장의 내용은 특히 공익적 가치(?)가 큽니다. 수식은 이공계열 연구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여겨집니다. 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학술서의 차이는 사실상 수식의 유무나 다름없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수식 공포증이 범람하는 상황이지만, 저자는 수식을 사용해야만 수학의 기쁨과 가능성을 누릴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곁들이며 수식의 필요성과 장점을 설명하고, 수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습니다. 그런다고 해서 수식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수 있을까요? 저는 그랬다는 것만 밝힙니다. 수식 이야기뿐만 아니라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수학사 에피소드들과 지역별 수학 문화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가볍게 수학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을 때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