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제2의 직업은 0000
어린이집에 가면 진풍경이 펼쳐진다.
선생님들은 모두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는다.
나도 멋모르던 실습생 시절에는 선생님들이 딴청 피우는 줄 알았다. 근데 지금은 안다. 그들이 일하는 중이라는 걸.
"선생님, 애들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 손이 모자라서.."
보조교사로서 출근한 지 3주째 되던 날이었을까?
부탁을 받았다. 그날은 견학을 간 날이었다. 체험활동을 마치고 야외에 있는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 특히나 영아들과 함께라면 산책도 정신이 없다. 자꾸만 다른 길로 새려고 하는 아이, 위험한 곳에 올라가려는 아이 등등. 우리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교사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한다.
"00아 거기 앞에 서볼까?"
"00아~꽃 봐봐. 아이 예쁘다~"
어딜 가든 무슨 활동을 하든 선생님들은 아이들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전부 아이들 부모님이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올라간다.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 가서 무얼 했나, 잘 있었나, 잘 놀았나 궁금할 것이다. 선생님도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사진 찍는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 나는 이럴 때 옆에서 놀이 보조를 해주거나 아이들이 제자리에 있도록 하는데, 선생님들의 힘듦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주객전도라고 하던가.어쩔 때는 사진을 찍어야 해서 활동 진행이 더딘 경우도 있다. 또 어떤 때는 사진 찍느라 아이들 놀이나 상호작용에 에너지를 100% 쏟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은 적어도 대여섯 명, 많게는 열댓 명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가만히 안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건지기 위해서는 수십 장을 찍어야 한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거진 사진 기사처럼 사진을 찍어댄다. 셔터를 연속으로 누르는 선생님들을 보면 사진기사 같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을 담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오늘도 사진을 찍는 선생님.
사진 찍느라 굽혔던 허리를 펴고 나에게 말을 건네신다.
"부모님들은 알까요? 사진 찍느라 이렇게 바쁘다는 걸?"
농담조로 말씀하셨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모르시지 않을까요....?"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사진을 볼 때 그 사진 속의 피사체, 풍경만 보지 사진기사의 노고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아이들의 예쁜 사진 뒤에 이런 노고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이가 있을까.
이것 또한 선생님들의 일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주된 업무는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임은 분명했다. 주객전도의 아슬아슬한 상황에 씁쓸한 웃음을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