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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Nov 08. 2022

월급쟁이가 되어간다

월급이 주는 편안함

"나는 직장인은 절대 안 할 거야..!"

불과 몇 달 전에 내가 한 말이다. 그러나 나는 당장 생활할 돈이 필요했고, 결국 짧게나마 일하는 곳에 취업했다. 남들 다 하는 직장인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00쌤은 나중에 이쪽 일 하실 거예요?'라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직장인을 죽어도 하기 싫은 내가 그들에게 차리는 최소한의 예의였다.


매일 아침저녁 붐비는 대중교통도 싫었고, 조직에 들어가 내 시간과 돈을 맞바꾸는 것도 싫었다. 나는 그룹에 속하고 싶은 욕구가 크지 않은 사람이었다. 9 to 6라는 시스템을 비효율적으로 느껴 직장인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루는 24시간인데, 자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만 빼면 겨우 2-3시간만 남는 그런 생활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무엇보다도 나의 개인적인 시간이 중요한 사람이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 거기다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면 더더욱 좋고.


그렇다면 지금은?

왜 사람들이 월급쟁이가 되어가는지 알 것 같다. 월급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있다.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

힘들어도 그냥 이대로만 일하면 돈은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월급이 꼬박꼬박 내 통장에 들어온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굳이 나가서 혼자 고생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로 말이다. 예전의 내가 봤으면 정신 차리라며 뺨 한대 쳤을 대사다. 회사는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또 회사는 언제든 망하고 나 또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하루빨리 나만의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건 내가 원하는 일의 방식과 삶의 방식이 아니다. 그걸 아는데도 그런 사실들이 지금은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 나와는 상관없는 미래 같다. 이따금씩 '그냥 지금처럼 지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부풀어 올라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힘들어도 개인 시간이 없어도 돈만은 보장되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럴 때마다 정신 차리려고 애쓴다. 직장인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있는데, 월급의 달콤함에 자꾸만 넘어가니까 그런 거다. 이대로 쭉 살면 언젠가는 크게 후회할 거라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원망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분노하고 좌절하는 나를 보면 냉수를 들이부은 것마냥 정신이 뻔쩍 든다.

그럼에도 월급이 주는 달콤함은 상당하다. 달콤함은 오래가고 차가움은 금방 잊힌다. 현재는 편안하고 안락하지만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도는 낯설고 불편하다. 내가 과연 이 달콤함에 중독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내손으로 이 달콤함을 뿌리치고 나올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서서히 월급쟁이가 되어간다. 뚜렷하던 내 미래 모습이 점점 흐려진다. 미래의 내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몇 년후의 나는 과연 무얼 하고 있을까? 달콤함을 뿌리쳤을까? 달콤함에 잠식되었을까? 누군가 내게 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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