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때문에 힘들다

누군가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

by 크림브륄레

“00아! 이리 와!”

견학 가서 아이의 손을 놓쳐버렸을 때도,

“00아, 선생님 어깨 잡아.”

아이의 바지를 갈아입힐 때도 아찔한 순간들이 있었다.


놓쳐버린 아이는 내가 쫓아가자 꺄르르 신나서 뛰다가 넘어졌고, 옷을 갈아입히던 아이는 날 잡지 않고 딴짓하다가 무게중심을 잃어 넘어질 뻔했다. 결론적으로 둘 다 크게 다치진 않았다. 상처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심장은 내려앉았고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나도록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때 내가 손을 놓쳐버리지 않았다면, 그때 내가 잘 보았다면…’


당시의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후회.

그리고 아이가 다칠 뻔했다는 죄책감. 그 두 개가 뒤엉켜 내 마음에 먹구름을 만든다.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어제까지는 잘 다녔어도 한 번 이런 일이 생기고 나면 죄책감에 이 일을 당장 그만두고 싶어 진다.

이런 상황은 힘겨움을 넘어서 버겁기까지 하다. 이미 끝난 일인 걸 알면서도 나 때문에 아이가 다칠뻔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한 번씩 이런 일이 터지니 또 언제 이런 일이 터질까 조마조마하다.

‘다른 선생님들은 잘만 하던데 난 왜 이 모양일까..’

비교하면 끝도 없는 걸 알지만 괜히 비교하게 된다. 그들이 잘한 면과 내가 못한 면을 비교하게 된다. 베테랑 선생님 교실에서도 아이들이 종종 넘어지긴 한다. 그렇지만 보통은 아이들끼리 뛰다가 혹은 부딪혀서 넘어진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나 곰곰이 생각하며 다시 한번 죄책감에 휩싸인다. 나는 왜 그러질 못 했을까. 내 눈과 몸은 왜 열 개가 아닐까.

사실 나도 안다. 아이들이 넘어지는 상황 모두를 내가 통제할 수는 없다는 걸..

근데… 아는데.. 나도 아는데..

아는데도 힘들다.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힘들다.

금요일에 그런 일이 생기면 주말 내내 그 아이 생각만 난다.

‘아이는 괜찮을까? 내가 못 본 상처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때 봤을 땐 괜찮았는데 지금은 아니면 어쩌지? 알고 보니 크게 다친 거라면 어쩌지?’

그러다 월요일이 되어서 그 아이가 건강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의 짐이 좀 덜어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여러 생각이 든다. 그중 하나는

‘누군가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은 힘겹고, 죄책감을 수반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넘어지는 걸 눈앞에서 목격한 교사 중 어느 누가 헤실헤실 웃으며 다닐 수 있을까? 누구라도 본인을 탓하고 죄책감을 가질 것이다. 나처럼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죄를 지은 것만 같아 고개를 제대로 들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마음이 심란하고 우울하다. 죄책감의 크기가 압도적이어서 이곳에서 좋았던 모든 걸 버리고 이곳을 떠나고 싶다.

이 업계를 떠나고만 싶다. 책임감이 큰 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장점이 아닌 것 같다.

나처럼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죄책감도 그만큼 강하게 드나 보다. 나의 부주의가 나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부주의로 인해 누군가가 다치거나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날 힘들게 만든다.


나는 이 일에 맞지 않는 사람일까? 이런 죄책감도 오래 일하다 보면 저절로 없어지는 걸까? 익숙해질까?

나는 잘 모르겠다. 언제까지고 이런 죄책감은 날 따라다닐 것만 같다.

책임감의 또 다른 이름이 죄책감이라는 걸 이렇게 알게 될 줄은 몰랐는데. 몰랐으면 더 좋았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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