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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다움 May 06. 2022

금전 부탁 거절 2  

거절 매뉴얼


    

금전적 부탁, 돈을 빌려달라거나 보증을 서달라거나 하는 식의 부탁은 나의 역량으로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에 해당이 된다. 혹시라도 이런 부탁을 받게 될 경우를 대비해 몇 가지 팁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보통 이 경우 상대방도 어느 정도는 거절을 감안하고 물어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즉 상대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기에 서운함을 강도는 약할 것이라는 거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보통 급히 돈이 필요한 금전적 부탁은 나에게만 물어보는 게 아니고, 이미 다른 사람에게도 부탁을 함께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확률을 높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요즘은 급전을 빌려 쓸 수 있는 금융 서비스도 많다. 그러니 내가 그것을 들어주지 않아서 상대가 어떻게 될까에 대한 걱정으로 거절이 어려운 거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래도 어렵게 꺼낸 부탁 일터, 금전 부탁을 거절하는 따뜻한 거절 3단계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꼭 금전 부탁이 아니어도, 내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탁을 할 때 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서의 핵심 키워드는 이해와 공감이다.  



 우선 상대방이 그런 말을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거다. “아... 그런 일이... 갑자기 물건 값으로 급전이 필요하군요... 사업 확장하는 중인데 어려움이 크겠어요....”라는 식의 공감 멘트를 건네며, 어렵게 말을 꺼낸 상대방이 민망해하지 않도록 하는 심적 배려를 하는 거다.      

다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이해해주고 공감해 주는 거다. “그러게 언니... 오죽하면 나한테 까지 이런 부탁을 했을까 싶어요...” 이러면 최소한 상대방은 본인의 곤란상 상황이 이해받는 느낌이 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황과 입장은 깊이 공감하지만,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상황임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한다. “언니 사정을 모르지 않으니 나도 너무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내 형편이 그럴 수가 없으니 미안해요. 적은 돈도 아니고, 내가 벌어서 쓴다고 해도 이런 건 남편과 의논을 해야 하거든. 아마 절대 안 된다고 할 거야. 못 도와줘서 미안해요. 언니.”라는 식으로 말이다.      


기억하자.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상대의 부탁을 거절한 거지, 상대의 존재 자체를 거부한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거절받는 상대에게도 그 점을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이후의 상대방의 선택은 내 손을 떠난 문제이다. 나를 이해하던지, 멀어지던지. 후자라면 언젠가는 정리될 인간관계 중 하나였을 테니 그 시기가 앞 당겨진 것을 고마워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는 거다. 인간관계도 디톡스가 필요하니까.     



거절 매뉴얼

언젠가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이 프로그램에 거절을 못해서 매번 돈을 빌려주는 한 개그우먼에게 조언을 해주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내가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거절하지 못하고 빌려주는데, 그게 반복되니 너무 힘들다는 게 출연자의 고민이었다. 그 사람 자체로 너무 좋은 사람인데, 부탁을 거절하면 나를 싫어할 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이 과거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은 사람이고, 그 자체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상태, 즉 자존감이 흔들리는 상태라고 진단한 박사님의 설루션을 듣고, 나는 무릎을 쳤다. 내가 저 말을 한참 전에 들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화로(혹은 얼굴을 보고) 돈을 부탁하는 사람에게 직접 말로 거절할 내공이 부족한 경우,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미리 준비한 문자를 보내라는 충고였다. 거절의 힘이 생길 때까지.     


미리 준비해 놓도록 조언해준 문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부탁을 못 들어줘서 미안해. 내가 돈을 꿔줘서 좋지 않은 기억이 많아.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기로 내 기준을 정했어. 이해해 주면 좋겠어.”      


라고 말이다. 거기에 추가로 거절에 약한 사람은 상대방의 돈 이야기에 길게 반응하면 안 된다는 충고도 더해졌다. 이를테면 “어디에 쓸건대?” “얼마가 필요한데?” “언제 갚을 수 있는데?”라는 식으로 여지를 주는 말 같은 거 말이다. 거절에도 연습이 필요하니까 꼭 필요한 말만 하며 나를 지키는 거다. 어떤가?

지인의 금전 부탁에 거절하지 못하고 오늘도 갈등하는 당신이라면, 귀가 솔깃해지는 내용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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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sh77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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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이 어려운 당신에게

<당신의 거절은 안녕하신가요 / 김선희>

https://www.nadio.co.kr/series/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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