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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다움 Nov 09. 2022

Episode 4.  엄마는 장사의 신?

엄마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 도전을 응원하며 지켜보는 나의 관찰기.


https://brunch.co.kr/@sh7749/58


Episode 4. 엄마는 장사의 신?



첫 장사에, 투자한 사과 재료값을 빼고서도 약 4천 원의 수익을 낸 엄마. 쉬지 않고 한 달을 일하면 적어도 12만 원이 생긴다는 계산이 서니 엄마는 그 돈이 그렇게 크게 느껴졌다 다.


본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 낯 선일이지만 해냈다는 기쁨. 당장 손에 쥐어진 돈을 보는 재미. 그 작은 성공경험들 제대로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 뒤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리어카를 끌고, 골목을 누비는 본격 장사가 시작되었다. 하루는 과일, 하루는 채소 또 하루는 생선. 다 못 팔면 식재료라도 쓸 수 있는 품목 위주로 선별해서 좋은 물건만 골라왔다. 그리고 그 물건이 다 팔리기 전까지는 절대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나름의 원칙을 지켜가며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고. 단칸방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며, 5 식구가 함께 살게 된 건 내 나이 12살 때였다.


붙임성이 좋고, 특히 기억력이 탁월한 엄마는 단골을 많이 확보했는데, 그중 내 기억에 남는 포인트는 바로 ‘이름 불러주기'였다.


동네 장사이다 보니, 자주 마주치는 아주머니들은 그 집 아이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00 엄마, 오늘 물건이 좋아. 이것 좀 사."라고 하면, ”어머 우리 애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세요? “라며 그렇게 좋아했다고. 아이 이름을 불러주면서 자연스레 안부를 묻게 되고, 다음에 팔 물건에 대한 시장조사와 홍보를 병행하며 고객 관리와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혹시라도 아이 이름이 헷갈릴 때면, 엄마가 그 아이 부르는 걸 관찰했다가 꼭 아이 이름을 넣어서 자연스레 대화를 했다고. 지금이야 애 이름을 부르면 ”우리 애 이름은 어떻게 아냐"며 의구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 시절은 그걸 관심으로 여기며 좋아했던 거 같다. 그렇게 한 번 고객이 된 분들은 다른 상인이 와도 안사고 엄마의 물건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언 마케팅 본 구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충성고객 확보 노하우에 관한 부분,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고, 고객의 기억 속에 나를 각인시키기."였다. 이 마케팅 원칙을 엄마는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거다.




하나의 에피소드. 

갈치를 판매 물품으로 정한 어느 날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엄마는 '장사의 신'이 맞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군산은 배가 들어오는 항구가 있어서 물때를 맞추어 선창에 가면 신선한 생선을 도매로 매입할 수 있다. 당시 함께 장사를 하던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그날 그분은 갈치 두상자를 구매하고 엄마는 밑천이 부족해 상자만 구매했다고 한다. 각자 흩어져서 장사를 마치고 돌아와 손익을 따져보니 어찌 된 일인지 두 상자를 판 사람과 한 상자를 판 사람의 수익이 똑같이 8,000원. 어찌 된 일이었을까?


갈치는 은빛 비늘이 선명할수록 신선한 제품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최상의 제품을 팔려면 이 은빛이 흐려지기 전  빨리 팔아치우는 게 최선인 거다. 이날 엄마는 장사전 미리 칼과 도마를 챙겨갔다고 한다. 즉석에서 갈치를 토막 내 손질까지 해서 신선한 상태에서  생각이었던 거다. 두 상자를 떼어간 아주머니는 별다른 손질 없이 팔았는데, 판매가 부진하니 시간이 갈수록 은빛 비늘이 벗겨지고 결국 갈치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다고.


엄마의 전략, '주부들은 손질을 어려워할(귀찮아할) 것이니, 그 부분을 해결해 주고 조금 비싸게 팔면 되겠다.'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나만해도 손질이 안된 생선은 구매를 망설이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걸 생각하면, 엄마는 이미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앞선 사고를 장착한 분이셨던 거다.


들을수록 놀라웠던 나는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대. 엄마. 대단하네..."

그런 딸의 반응에 신이 나신 엄마는 "그냥 그렇게 하면 손님들이 좋아하고 물건을 잘 팔 수 있을 거 같았지."라며 또 다른 장사 에피소드를 풀어놓으셨다.




엄마의 장사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해보았다.


'만일 첫 장사를 결심한 날, 사과를 팔지 못했다면 엄마는 장사를 계속할 수 있었을까? 좌절하고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작은 성공 경험이 엄마의 인생 방향을 바꾸었구나.'


'학력이 높은 것과 지혜롭다는 것은 같은 말은 아니구나. 확실한 건 성공이든 실패든 경험이 쌓일수록 문제 해결력도 높아지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좋아지는 거네.'


자판기처럼 에피소드를 쏟아내는 엄마의 이 다양한 경험들은 어떻게 책 속에 녹아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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