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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하 Oct 06. 2024

망망대해 외딴 섬

스물 아홉: 열어줄게, 머물 수 있도록.

나는 망망대해를 떠도는 외딴섬. 한 곳에 자리 잡지 못하고 사나운 태풍 속에, 매서운 너울 속에 이리저리 휩쓸린다.


간혹 지나는 물고기떼와 배와 만나지만 맞닿을 겨를도 없이 결코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이리로 오라며 끌어당길 수도, 붙잡을 수도 없다.


그 와중에 통통통, 느리지만 꾸준하고 분명하게 다가오는 배가 유유히 다가온다.


노 저을 때마다 부서지는 물결 속에 외로움을 던져 넣는 통통배가 내 남루한 뭍에 무사히 닻을 내릴 수 있도록 내게 머물 수 있도록 물길을 열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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