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04일 (수)
내내 열패감에 흠뻑 젖은 하루였다. 진로도 실패, 결혼도 실패, 엄마로서도 실패, 연애도 실패, 식탐 조절도 실패, 자격증도 실패, 수입 상향도 실패… 이제는 수영마저 실패할 판이다.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까지 처참할 줄은. 내 한심한 처지만큼이나 똥망진창인 수영.
안다. 실패도 사랑하고 노력하기에 거쳐야만 하는 수순임을. 그래도 열에 한 번은, 아니 백 번 중 단 한 번이라도 작은 성공을 맛볼 순 없을까. 연이은 실패에 한없이 의기소침해진다.
오늘은 강사진들이 한 레인에서 함께 수영하는 진풍경을 보았다.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듯 시원시원한 영법에, 하찮은 내 평영킥과 '물 먹는 살려 접영'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중급인 척하는 초급 쩌리니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오랜만에 성인 이후 내 첫 수영 선생의 따뜻하고 리드미컬한 배영을 볼 수 있어 내심 반가웠다.
아직도 앳된 얼굴이지만, 오래전 그의 소년 시절 경기 영상을 우연히 본 적 있다. 나 역시 수년간 입시 전쟁을 치른 예능 지망생이었기에, 몸을 쓰고 다스려야 하는 고단함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치열하고도 외로웠을 그의 과정을 상상하면, 지금의 자리에 선 그의 수영은 늘 경외심을 준다.
그에 비해 나는 한참 연상임에도 꿈의 언저리조차 닿지 못한 패잔병 신세다. 내 살려 접영처럼 날개는 부서지고, 가능성도 잃은 채 여전히 제자리를 맴돈다. 나잇값 못하는 내가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다.
좀체 늘지 않는 평영 탓에 비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대로 늘지 않으면 어쩌지. 앞으로 흐르지 못하고 고여서 썩어버리면 어쩌지… 늘 온몸을 감싸 안아주는 기분 좋던 물감이 오늘따라 숨 막히도록 두려웠다.
그럼에도 나는 내일도, 모레도 수영할 것이다. 발전을 지향하되, 잘해서가 아니라 좋아해서 하는 수영이니까. 몸이 허락하는 한 오래오래 평생 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또 시작된 만년 짝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