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 금지: 원칙과 억지 사이

2025년 10월 01일 (수)

by 이선하

몰랐는데, 상급 레인에서는 딱 붙어서 추월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모양이다. 보통 실내수영장에서는 양방향 접영이나 추월은 금지가 원칙인데.


아무리 앞사람 속도가 답답하고 널널하다 해도(정 그렇다면 간격이라도 넉넉히 두면 될 일인데) 추월은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양방향에 사람이 있든 없든 개의치 않는 추월 로테이션에 저러다 사달이 나지 싶었는데 결국, 하필이면 나였다. T마크에 다다를 즈음 내 평영 발차기에 추월자가 맞아버렸다.


내 발차기에 맞았으니 먼저 사과부터 해야 했는데, 지난번에도 다른 추월자가 내 뒤통수를 치고도 사과조차 없었던 일이 때마침 떠올랐다. "앞에서 진행 중이면 반대편으로 돌아서 가면 될 일을, 굳이 옆에 붙어서 추월하셔야겠냐"고 나도 모르게 항의했다.


그러자 추월자는 "'추월은 원래 해도 되는 거'고, 서로 서로 배려하는 것"이라면서 나더러, "일부러 발차기를 했느냐"라고 묻는 것이었다.


방금 전까지 배려 없는 행동을 해놓고서 오히려 '배려'를 들먹이며 몰아세우는 태도에 기가 막힌 나는 순간적으로, "제가 일부러 그랬겠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는 굳이 "추월은 원래 하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추월자는 되도 않는 소리라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주변의 시선이 내게 쏠리자 깨달았다. 여기서 내가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봐야, 실력 없는 찌질이의 억지로밖에 보이지 않겠구나.


"발차기에 맞으신 건 죄송하다"고 사과한 후 인원이 줄어든 다른 레인으로 옮겨갔다. 형편없는 내 수영 실력도, 의연하지 못한 대처도 부끄러우니 영 찝찝했다.


아니나 다를까 라커키를 반납하는데 누군가에게 상황을 전해 들은 듯한 데스크 직원의 얘기에서도, 일부러 그런 것 같으니 잘 좀 말하라는 식으로 내 발차기의 고의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내 입장을 설명하면서 내심 후회했다. 부당하든 말든 그냥 사과만 하고 말 걸. 평소처럼 국으로 입 다물고 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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