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연상의 꼬리 물기

2025년 10월 02일 (목)

by 이선하

숏핀을 십분 활용하여 물속에서 발차기마다 허벅지를 눌러내는 감각에 최대한 집중했다. 발차기는 허벅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의식으로, 헤엄치는 물고기의 꼬리를 연상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꼬리 하나가 달린 물고기가 아닌 두 다리를 가진 사람인지라 허벅지에 집중할수록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코어가 잡히지 않은 탓인지 몸통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고, 평소 종아리와 정강이에만 의존해 온 습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코어에 힘을 주고 동시에 골반을 앞으로 살짝 내밀어 정렬하는 감각이 맞을까?


수영은 감각을 깨우기 위한 운동이다. 의식과 연상이 꼬리를 물듯 이어져야만 다음으로, 또 앞으로 흐를 수 있다. 잠시라도 몸의 감각에서 벗어나면 금세 방향을 잃는다.




이번 주는 재량휴업일까지 포함된 긴 연휴라, 금요일마다 하던 스타트도 하루 앞당겨졌다.


오랜만에 주중 새벽에서 마주한 고수의 얼굴이 반가웠다. 그는 내가 초급반 시절에 세 번째로 만났던 강사의 가족이었다. 자연스레 강사의 안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보면 지난 1년 중 그 강사에게 배운 석 달 남짓이 가장 즐거웠다. 수영 기술뿐 아니라 존중받는 기분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강습을 마친 뒤, 회원들이 나눈 간식거리에는 지금의 과묵한 강사가 돌린 귀여운 수제 쿠키도 함께 곁들여져 있었다. 담백한 정성이 담긴 쿠키 맛처럼, 연휴 전 마지막 수업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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