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의 상충 유기성
진정성이 드문 만큼 귀하다는 속성을 제외하고 보자면, 관계란 본질적으로 모순적이고 양가적이다. 활력을 주는 만큼 쉽게 소진된다. 마음을 열고 주변을 돌아보라는 조언 따위 내겐 사치이자 환상이고 디즈니 동화다.
내가 받고 싶어 받는 상처가 아닐지언정, 최종 가해자가 자기 자신인 경우가 태반이다. 알고도 모르는 척, 하고도 아닌 척. 열려 있어도 닫힌 적, 열고 싶어도 쉬이 열리지 않는 척. 과보호도 비겁도 아닌 상처로부터의 방어다. 외면당해서 상처받고, 외면하느라 또 상처받는다. 더 행복해질 최선이 없어 덜 상처받는 차선을 택한다.
누구와도 깊게 관계를 맺지 않아 갈등도 충돌도 없는 요즘의 나는 확실히 관계적인 스트레스는 덜 받는다. 그래서 행복한가, 자문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쩌면 행복과 스트레스는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동시에 공존하는, 상충 유기적인 관계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