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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달디 Nov 05. 2015

올 겨울 함께하고 싶은 드라마, 풍선껌

뻔한 클리셰의 편견을 뛰어넘는 연출, 대사 그리고 배우들.

둘은 남매처럼 보이지만 남매는 아니다. 둘 중 누군가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한 집에서 치고 받고 싸우면서 자라는 주인공들.

그리고 성인이 돼서 그것도 각자 몇 번의 연애를 거치고 난 후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해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사람!

이렇게 뻔하고 뻔한 클리셰가 있다니! 

영화, 드라마, 하지만 1화를 보고 나서 느꼈다. "와. 이거 진짜 웰메이드 드라마다"


신데렐라 스토리, 소꿉친구 스토리, 여자 주인공이 못생겼다가 갑자기 예뻐지는 스토리 등등

이런 스토리들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얼마나 색다르게 풀어갈 것인가, 어떤 연출 방식으로 진부하게 만들지 않을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사실 똑같은 상황, 예를 들면 남녀가 싸우는 장면 같은 것들이 어떤 드라마에서는 굉장히 유치하고 작위적으로 그려지는 반면

어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구구절절 공감되는 말만 내뱉으며 눈물을 쏟아내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풍선껌은 연출 방식과 대사, 드라마의 분위기 측면에서 호평을 받을 만하다.

이미 몇 번이나 같은 클리셰를 보았고, 행아와 리환이가 결국엔 잘 될 거라는 것을 아는 시청자들도 

풍선껌을 보는 내내 설레어하고 행복해하고 다음 화를 기대하게 된다.



선 드라마에서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다.

행아의 직업이 라디오 피디라서 그런지 행아의 주변 일상도 라디오처럼 잔잔하고 소소하고 그러면서도 떠들썩하게 흘러간다. 그런 일상을 보다 보면 저절로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 좋았던 장면은 행아가 석준과 옥상에서 만난 후, 일을 하고는 있지만 일이 손에 안 잡히는 모습을 그린 장면이었다.

대사 한마디 없이 행아의 표정과 머리를 계속 쓸어 넘기며 헤드폰을 벗었다, 꼈다 하는 모습, 잔잔한 OST, 그리고 행아의 뒤로 노랗게 지던 노을.

이 장면 만으로 행아가 얼마나 혼란스러워하는지, 석준을 얼마나 잊기가 힘든지 같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더욱 드라마의 매력을 높여 주는 것은 바로 대사이다.

라디오 작가 출신의 이미나 작가는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사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항상 시간이 없다고 할 때 알아들었어야 됐어. 선배는 바쁜 게 아니라 나보다 다른 게 더 좋았던 거야. 아픈 날도 혼자 내버려뒀을 때 알아들었어야 됐어. 선배는 내가 아픈 걸 몰랐던 게 아니라 모른 척하고 싶었던 거였어. 사랑한다는 말 못하겠다고 했을 때 알아들었어야 됐어. 선배는 쑥스러운 게 아니라 거짓말을 하기 싫었던 거야. 선배는 1초도 나 사랑한 적 없어. 나는! 내가 너무 시시해서 못 참겠어.”

을의 연애를 한 번이라도 해 봤다면 알겠지. 행아가 석준에게 토로하듯 뱉어낸 이 말의 의미를. 그리고 행아의 감정을.

하지만 석준은 "내가 널 안 보고 살 수 있었으면 진작에 그렇게 했을 거다" 라며 사랑의 표현방식이 달랐음을 말했다.

"내가 당신 찍었습니다" 식의 현실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대사가 아니라  누구든 살면서 한 번쯤 해봤을 말들, 느껴봤을 감정들을 작가는 너무 정확하게 캐치하고 대사로 그려냈다.



또 풍선껌의 매력이라면 바로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이를 완벽하게 연기해내는 배우들이 아닐까.

주연부터 조연까지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각자의 매력을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캐릭터들이 잘 조화된다.

우선 사랑스러움의 결정체인 행아와 리환.

려원이 아니었으면 행아를 누가 연기했을까 싶을 정도로 려원은 행아의 귀엽고 푼수 같은 성격을 너무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고, 이동욱도 장난기 많지만 든든한 오빠 같은, 그리고 때로는 남자 같은 모습을 보이는 리환의 역할과 정말 잘 어울린다.

또한 준수 아빠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조금 걱정했었다! 몰입 안될까 봐 ㅋㅋ) 냉정하고 무뚝뚝한 본부장 역할의 이종혁과 모든 걸 가졌지만 자존감이 낮은, 또 리환을 가질 수 없어  속상해하는 재벌집 막내딸 박희본의 모습까지.

흔히 드라마를 보다 보면 " 쟤 연기 왜 저렇게  못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그런 연기력 구멍인 배우가 한 명도 없다.

조연들의 매력도 넘쳐난다!

우선 TVN의 공무원이라고 불리는(ㅋㅋ) 이승준! 분량은 적지만 미칠듯한 사랑스러움으로 드라마를 보는 맛을 더해주고

그리고 그의 옛 여자친구 태희! 이 둘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한물간 여배우 역할의 김정난의 톡톡 튀는 연기도 일품이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인물, 정말 좋다.

행아를 사랑하지만 행아를 생각하는  것보다 리환이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리환의 엄마.

라디오국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라디오부장, 

행아, 리환가족의 아지트인 시크릿가든,

라디오국의 막내작가까지 모두 매력 있고 사랑스럽다.


아직 4회밖에 하지 않은 풍선껌.

폭발적인 인기를 얻거나 화제의 중심에 있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지금 이 완성도로 드라마가  마무리된다면 한 가지 만은 확실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것. 그리고 겨울이 되면 이 드라마가 생각날 것이라는 것.

오랜만에 다음 편이 너무 기대되는 드라마를 만났다. 

부디 이대로!! 우직한 뒷심을 가지고 드라마가  마무리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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