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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달디 Sep 24. 2015

사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야기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 송강호와 베테랑으로 그 연기력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유아인의 출현, 그리고 한국영화의 거장 이준익 감독의 연출.

그 외 영조와 사도세자라는 이야기와 연기력이 보증된 조연배우들. 이렇게 탄탄한 라인업과 흥행요소들을 가지고 시작했던 영화이기에 사도에 대한 관심은 개봉 전부터 대단했다. 

나 역시 왕의 남자를 대사까지 외울 정도로 돌려봤고, 베테랑을 보고 나서 유아인이라는 배우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에 보러 가기 전 날부터  설레어하며 개봉날 사도를 관람했다.


사도를 보고 난 후 나의 감정은... 피곤함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내내 아.. 집에 가서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도는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사도를 본 사람이라면 내가 왜 '피곤하다'라고 느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갈 것이다.

영화 속에는 너무나 많은 감정들과 갈등이 담겨있다

사도세자가 왜  미쳐갈까?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영조는 왜 그랬을까? 혜경궁 홍씨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린 정조는? 성인이 된 정조는? 영빈은 왜? 인원황후는?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은, 감히 평범한 사람이라면 쉽게 느끼지 못할 감정들. 예를 들면 아버지에 대한 극악의 배신감, 모욕감 같은 것들 이라서 한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는 데에만 해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실제로 영화를 보고 사도세자의 감정이 어땠을까. 뒤주에 갇혀있을 때 그의 불안함은 얼마나 컸을까. 를 생각하면서 너무 우울감에 빠졌었다.


이런 영화의 특징은 이준익 감독의 '트레이드마크' (내가 생각할 땐 ㅋㅋ) 이기도 하다.

이 감독의 영화를 보면, 메인 인물의 갈등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극 중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갈등과 감정에 똑같은 가중치가 부여된다.

단 한 인물도 빼놓고 가는 법이 없다. 이야기는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의 감정의 연결을 통해서 진행된다.

사도도 다르지 않았다. 사도세자와 영조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혜경궁 홍씨, 정조, 영빈, 인원황후 등 모든 인물들이 그 상황에서 느꼈던 감정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가 무겁기도 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너무 많은 감정들에 휩싸여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영화가 되는 것이다.

지금 사도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 '집중' 한다면 2시간 동안 정신없이 영화를 보고 올 것이고,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아.. 지겨워  힘들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앞서 피곤하다고 했지만 나는 사도가 정말 좋았다!

영화를 보고 그 여운과 벅찬 감정에 힘들긴 했어도,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은 틀림없다. 

이준익 감독이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진짜 생 날것의 사도세자의 얘기를 하고 싶었구나. 

더도 말고 정말 좋은, 담백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구나.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사도세자 이야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영화이다.

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 '케빈에 대해여'를 안 할 수가 없다 (관련 영화를 많이 안 봐서 그러는 건 아님!ㅎㅎㅎㅎ)

바로 악마는 선천적인 것인가. 혹은  만들어지는 것인가. 에 대한 문제인데 두 영화다 악마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케빈은 모성애가 없는 엄마 때문에, 사도는 그런 영조 때문에 악마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또 그렇게 이유를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사도세자가 극 중에서는 예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방탕자로 묘사되었지만 

실제로 실록에 보면 연쇄살인범처럼 묘사가 되어있다. 

물론, 이것도 사도세자가 역사 속 패배자의 입장이다 보니까 정확한 기록인지는 의문이지만 무튼, 많은 기록에서 나타나듯 사도세자가 영화  속처럼 자유로운 영혼은 아니었단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사도세자를 아들이 아니라, 훗날 왕이 될  세자.로 본 영조의 잘못일까.


참 많은 감정과 생각이 들게끔 하는 영화이다. 

잘 만들어졌다 정말! 

올해 1000만 넘은 영화들 다 잘 보았지만 그 영화들은 재미있어서 잘 보았고, 사도는 좀 다른 의미에서 잘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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