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도취

잔상

by 민창



나는 오늘 나를 사랑해보려 합니다.

샤워를 하고 내리던 앞머리를 가르마를 타봅니다.

로션을 바르고 편하게 입던 가디건을 입지 않고,

셔츠와 검정 슬랙스를 입습니다.

내 피부와 같은 야상을 오늘은 입지 않고 코트를 입습니다. 코트 안쪽에는 핸드크림과 립밤, 고체향수를 챙깁니다. 그렇게 한 시간이나 나를 꾸며보고 간신히 집 밖을 나가봅니다.


이렇게라도 특별히 나를 예뻐해 주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이렇지 않으면 누가 나를 특별히 더 예뻐해 주겠습니까.


향기로운 향기를 누가 나에게 선물하며,

튼 입술에 누가 립밤을 발라주겠습니까.


나를 먼저 사랑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남들이 못해주는 걸 내가 스스로 해주는 이유를 찾는 것.


이유가 뭐겠습니까.

‘나’니깐,

나 ‘밖에’ 없으니깐.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 말고

또 있겠습니까?





광화문 광장, 7월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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