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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부작 Dec 20. 2023

온실 속 화초, 이직을 결심하다.

이직 경험 無, 13년 차가 결심한 이유


(이 글은 나는 늦었다며 좌절/주저앉기를

반복하고 있는 K직장인들에게

아주 미세한 희망이라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성되었습니다.)


글 작성일 : 2021.04.30(금),
                     내 인생 첫 이직 최종 합격한 날
커버 이미지 촬영한 날 : 두 번째 회사 첫 출근을 일주일 앞두고 떠난 순천만 여행에서




첫 회사에 입사 후 1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인생 첫 이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직을 결심한 것은 10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이다.


3년 동안 아래에서 이야기할 이직을 결심한 이유가

더욱 확고해짐을 느끼며

이직의 순간이 왔을 때 고민 없이

이직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내가 이직을 결심한 첫 번째 이유는,

발전하지 않는 나와 나의 조직.


내가 있었던 조직은 회사의 일명 Digital Transformation을 담당하는 조직이었다.

여느 DT를 시작하는 회사의 조직이 그렇듯

처음에는 소위 강력한 힘을 가진 부서였다.


하지만, 여느 회사가 그렇듯 그 힘은 서서히 무너졌다.

대부분의 DT, 지원 부서는 그 조직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일부이며, 결국엔 한계에 도달한다.

현업과의 시너지가 필수인 조직인 것이다.


운이 좋게도 이전 회사에는 신기술에 대해

그 어느 회사보다 일찍 센싱하고 시도했다.

덕분에 나에게는 꽤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그 기술들을 현업에, 업무에 적용해 보는 것은

거의 대부분 좌절에 부딪히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내가 속해 있던 조직도, 회사도

점점 적당히 적당히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고

늘 같은 업무만 반복하는 상시 운영업무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이 상황 속에서 회의감을 느꼈고, 소중했던 내 업무들이 보잘것없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업무를 향한 내 열정도 점점 식어버렸다.

그리고 회사 일을 하는 시간들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이직을 결심한 두 번째 이유,

5년 뒤, 10년 뒤를 그려봤을 때

나의 모습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내가 맡고 있는 업무, 조직 내 나의 위치는 나쁘지 않았다.

해당 회사에서 그 업무를 나만큼 능숙하게 하는

사람은 없었고 유일했다.

그래서 난이도가 있는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유일하다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워라밸도 최상이었다.

집에서 회사까지의 거리도 30분 이내로 완벽했다.


그렇다. 정신승리 하자면 최고의 직장일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달콤함을 뒤로하고 냉정하게 돌아봤다.

5년 뒤, 10년 뒤 이 조직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매력적이지 않았다.

안락함에 빠져 발전 없이 도태된 모습,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이직을 결심한 세 번째 이유,

어려운 회사 상황.


직장 생활을 하며 희망퇴직, 명예퇴직을 눈앞에서,

그것도 3,4번 지켜봤다.

존경하던 선배, 동료, 후배들이 떠나갔다.

능력 있는 선배들은 진급에서 누락하기 일쑤였고,

진급 세션조차 열리지 않는 해도 있었다.


내가 이직을 한 시점은 3,4년 간의

힘겨운 터널을 지나고

이제 곧 회사가 정상화된다는 희망이 돌던 시기였다.


하지만 남은 자들에게 남겨진 상처, 좌절감이라는

타성에 젖은 환경은

내가 속한 조직에서 해야 하는 Transformation을

해내기 더더욱 어려운 환경이 되어버렸다.


변화하면 뭐가 바뀌긴 해?

이 어려운 시국에 그런 투자를 어떻게 해?


회사가 어려워서일까

조직 간 책임전가는 더욱 심해지고,

조직 간 벽은 더욱 높아지고 두터워졌다.


나는 이 조직에서 더 많은 발전과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없겠구나.

그럼으로써 나 스스로도 발전할 수 없겠구나.

확신을 하게 된다.




이직을 결심한 네 번째 이유, 돈.


앞서 말했던 대로 어려운 회사상황으로 인해

몇 년째 연봉은 동결되었고,

승진 세션조차 열리지 않은 해가 있었다.

성과급이라는 단어가 내 통장에 찍힌 지도 까마득했다.


우연히 다른 회사의 같은 직급의 월급을 보았다.

나는 역시 속물인간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로

내 위치를 스스로 포지셔닝하는…

갑자기 그들보다 훨씬 낮은 등급의 인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현재 맞벌이에 딩크부부이다.

비교적 외벌이, 자녀가 있는 분들 보다 월급에서 자유롭다.

대외적으로도 금전적인 부분에 자유롭다는 듯이

행동하고 말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같은 업을 하는 다른 회사 직원들과 비교하니,

훨씬 낮은 연봉을 받고 있는

나 자신이 절망스러웠던 것이다.

만약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어도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


앞서 말한 이러한 상황과 연봉이 시너지를 일으켜 이직욕구가 더 샘솟았으리라.



내가 이직을 결심한 이유가

다른 이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누구나 상황과 가치관은 다르기 때문.


하지만 만약,

나와 같은 상황과 감정을 겪고 이직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긴 이라면

내가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적어보고 객관적으로 돌이켜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결국 이 과정이

이직에 성공해서 새로운 직장과 환경에

적응할 때에도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줄 필수적인 과정임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힘들 때에도 이직을 결심했던 이유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직을 할때 무엇보다 중요한건
흔들리지 않는 이직의 이유를
미리 설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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