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0: 해외 유학파 한국 취업기 3편
안녕하세요. 멘토 P입니다.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기획하고, 고객의 불편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었던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대학을 나왔습니다. 그녀의 학창 시절은 특히 파란만장했습니다. 대학 입학 직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을 네덜란드에서 겪으면서도,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취업하여 무려 3년 동안 원격으로 근무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국내 상위권 대학 MBA까지 졸업하며 정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 온 인재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살았고,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녀였지만, 정작 구직 활동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직무를 명확하게 정했고, 그 직무에 너무나 'Fit'한 곳만 고집하며 지원했습니다. 문제는 그녀가 이공계열 출신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데이터 기반'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직무 특성상, 그녀의 전공 배경으로는 원하는 자리에 딱 맞는 곳을 찾기까지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멘토링을 하면서 제가 아쉬웠던 점은 바로 그녀의 '스펙'활용법이었습니다. 물론 연고대 수준의 MBA는 대단한 스펙입니다. 하지만 데이터 관련 직무에서 필요한 '진짜' 스펙은 오히려 일반대학원에서 데이터 관련 석사 학위를 따는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논문을 통해 직무 관련 경험을 직접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또, 데이터 분석과 기획을 백그라운드로 하는 PM(프로젝트 매니저) 직무를 원했다면, 작은 스타트업이나 리서치 업무 등이라도 좋으니 국내 조직에서 직무 관련 경력을 더 촘촘히 쌓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내 기업에서의 '1~2줄'짜리 경력이라도, 면접관에게는 '이 사람이 한국 조직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는가'를 판단할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에게 이런 조언을 했습니다. "당신이 가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경험, 학부 시절의 대내외 활동, 그리고 MBA 프로젝트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을 넘어, 당신이 하고 싶은 직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내러티브'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준비 중인 자격증 공부까지 포함해서, 당신의 모든 경험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어떻게 연결되어 왔는지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잘 정리해야 합니다." 동시에 저는 그녀에게 '양손 전략'을 권유했습니다. "물론 당신이 원하는, 딱 맞는 직무의 회사에 지원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을 고집하기보다는, 국내 IT 대기업에도 함께 지원해 보세요. 일단 큰 회사에서 경험을 더 쌓고 실력을 기르면, 나중에 정말 원하는 직무나 회사로 이직하기가 오히려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는 한국 취업을 준비 중인 해외 유학파 출신 분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힘들게 해외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취업에 있어서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멘티들과 준비할 내용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해외 유학생만 12만 명 시대인 요즘, 더 이상 '해외대 졸업'이 그 자체로 큰 차별점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유학생이라면 영어만 잘하면 해외영업 직무에서 경쟁력이 있었지만, 요즘은 국내 인재들도 영어를 잘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외활동을 통해 직무 이해도까지 높습니다. 해외 영업 직무만 놓고 보아도 단순 영어 능력보다 거래처 관리 능력이나 시장 이해도가 훨씬 중요합니다 때문에 유학생 출신이라고 무작정 뽑기에는 기업 입장에서도 '현실적인 리스크'가 있습니다. 결국 직무 이해도와 업무에 대한 '태도'가 더 중요해진 것입니다.
해외 유학파들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한국 기업'이 원하는 방식의 경험을 쌓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국내 학생들은 학기 중에도 인턴십, 공모전, 대외활동, 대학 동아리, 학회 등 다양한 직무 관련 경험을 촘촘히 쌓아갑니다. 반면 해외 유학생들은 학사 일정도 빡빡하고, 외국에서는 그런 '국내 기업 맞춤형' 경험을 쌓기가 어렵죠.
한국에서 취업을 하겠다면, 한국 기업이 원하는 포인트를 잘 읽고 그에 맞춰 준비해야만 차별화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업계, 회사, 직무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진 역량과 경험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내러티브(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이런 대단한 스펙이 있어요!'가 아니라, '저는 이 경험들을 통해 이런 역량을 길렀고, 이것이 이 회사, 이 직무에 이렇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로써 지난 세 편에 걸친 해외대 출신 청년들의 한국 취업 멘토링 사례를 일단락 지을까 합니다. 각자의 배경과 전공은 달랐지만, 결국 핵심은 똑같습니다.
취업이라는 여정은 정해진 답이 없는 미로와 같습니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당신만의 지도가 되어줄 실마리는 항상 존재합니다. 제가 만났던 모든 청년들이 그렇게 한 걸음씩 성장하며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냈죠. 앞으로도 저는 그들이 현장에서 발견한 '진짜' 통찰과 예상치 못한 길들을 여러분과 나눌 겁니다. 다음 편에서는 또 어떤 청년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커리어 지도를 한 뼘 더 넓혀줄지, 그 생생한 기록들을 기대해 주세요. 어쩌면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