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철학자에게만 기운 돋는 단어 100선》7회

7 회차 (61~70번)

by 비고란


○ 어스름에서 마주침까지, 감정의 반사광



61. 어스름

빛과 어둠이 겹쳐지는 시간.
분명하지 않기에 더 깊어지는 순간.
감정도 때로는
뚜렷함보다 어스름한 상태에서 오래 머문다.




62. 메아리

내가 던진 말이
다시 나에게 돌아올 때,
그건 회답이 아니라,
감정의 굴절이다.




63. 축축함

눈물이 아니어도
마음은 젖는다.
말하지 않아도
기운은 축축이 배어든다.




64. 침묵

소리의 부재가 아니라,
말을 넘은 진심의 장면.
때로 침묵은
가장 큰 외침이 된다.




65. 여운

남겨진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놓아둔 감정의 실루엣.
여운이 있어야
기억은 머문다.



66. 흔적

지워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
감정은 발자국처럼 남아
언제든 다시 시작점이 된다.




67. 속삭임

크게 말하면 사라질 감정.
귀 가까이 와야만 들리는 말은,
심장 가까이에서 온 것이다.




68. 무릎

쓰러진 자리이자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는 곳.
감정은 무릎을 꿇는 순간
더 깊이 다가온다.




69. 기운

단어보다 먼저 전해지는 것.
말하지 않아도,
느끼게 되는 진심의 진동.




70. 마주침

피해도 피할 수 없는 감정의 교차.
예고 없이 부딪히는 순간에
우린 종종
진짜 삶을 목격한다.


° 어스름하게 퍼진 음성의 서글픈 메아리들이, 축축이 젖어드는 침묵 속에서 속삭이듯 여운의 흔적으로 무릎부터 스며든다.
미처 몰랐기에 더 처절했던 공간들, 겨우 살아남은 기운들이 서로 포개어 마주친 절망 속의 기도들에서 함께 공명하기를...





8회 차 예고

○ 말보다 흐릿한 감정의 지형들

71. 낌새
72. 맴돎
73. 사위임
74. 여지
75. 실핏줄
76. 번짐
77. 겹침
78. 문턱
79. 느껴짐
80. 낮잠



수, 금, 토, 일 연재
이전 01화《침울한 철학자에게만 기운 돋는 단어 100선》6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