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철학자에게만 기운 돋는 단어 100선 8회》

8 회차 (71~80번)

by 비고란



○ 말보다 흐릿한 감정의 지형들



71. 낌새

말보다 먼저 감지되는 기척.
설명할 수 없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감정의 징조.



72. 맴돎

떠나지 못한 감정이
같은 자리를 돌고 도는 시간.
이별보다 오래 남는 건
그 자리에 머무는 마음이다.



73. 사위임

온기와 소리가
서서히 멀어지는 장면.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배경이 되어간다.



74. 여지

닫힌 문처럼 보여도
한 줄기 틈이 남겨져 있다.
감정은 언제나
완결되지 않은 채로 끝난다.



75. 실핏줄

거칠지 않은 감정의 흐름.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면 깊숙이 연결된
진심의 미세혈관.



76. 번짐

감정은 선으로 그어지지 않는다.
한 줄기 마음이 퍼질 때,
그건 경계가 아니라
울림의 증거다.



77. 겹침

여러 감정이
한 자리에 머물 때 생기는 혼란.
겹친다는 건
복잡함이 아니라 풍요일지도.



78. 문턱

넘을지 말지를 망설이는 선.
감정은 그 앞에서
무수히 서성인다.



79. 느껴짐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알아채는 감정의 실재.



80. 낮잠

깊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쉼.
무의식과 진심이
나른하게 스쳐 가는 감정의 낮.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낌새,
맴돌다 사위어지는 마음의 그림자.
번지고 겹치고, 문턱 앞에 쪼그려 앉은 채
결국 아무 말 없이
느껴지기만 하는 감정들.
그건 언젠가
짧은 낮잠처럼
슬며시 다녀가는 것이기를...




9회 차 (81~90번) 예고
81. 오솔길
82. 처연함
83. 샛강
84. 민망함
85. 섭섭함

86. 체념
87. 잠금
88. 공교롭게
89. 태연함
90.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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