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철학자에게만 기운 돋는 단어 100선》 2회

흩어져 흘렀던 단편의 조각, 다시 이으다 (리터치)

by 비고란

들숨과 날숨 사이, 흐릿한 기운의 장전






11. 뒤척임



잠이 오지 않는 밤의 몸짓은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잔상이다.

몸이 먼저 기억을 놓지 못할 때,

기운은 꿈보다 깊은 방향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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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감응



감정은 소통이 아니라 울림이다.

말을 거는 게 아니라,

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먼저 진동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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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흐림



분명하지 않다는 건

지워졌다는 뜻이 아니다.

어쩌면 가장 뚜렷한 진심은

언제나 윤곽 없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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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무심


모른 척이 아니다.

다 안다는 걸 아는 채,

굳이 말하지 않는 태도.

감정의 가장 단단한 옷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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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저편


멀어진 곳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감각할 수 없는 쪽.

그곳엔

잊었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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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여백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지금은 비워둔 자리.

기운이 머무르고,

감정이 쉴 수 있는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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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푸르스름



정확히 푸른 것도, 회색도 아닌 감정.

희망과 망설임 사이에 떠 있는 빛.

그 언저리에 서 있는 감정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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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공명


내 말이 아닌데

내 마음이 울릴 때.

진짜 기운은

다른 사람의 말에 반사되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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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숨결


호흡이 아니라,

마음이 지나간 자국.

소리도 없이

나를 증명하는 감정의 맥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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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경계


나와 너 사이,

말과 침묵 사이,

기억과 망각 사이에 그어진 선.

그 선을 넘어설 때,

우리는 다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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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척인 뒤의 미세한 감응 속에서,

밤의 몸짓 끝에서, 감정은 작은 파장으로 되살아난다. 흐릿하게 무심하고도 무심한 감정은,,

선명하지 않아야 오래 머문다.

무심은 진심의 반대가 아니라, 늦겨울 속 봄의 품음이다.

저편에 작게 웅크린 여백은

텅 빈 곳이 아니라, 말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도사리는 자리.

푸르스름한 공명이 고요한 맑음에 도달하면 애매한 감정도 울림이 된다.

색이 명확하지 않아야, 소리는 오래 남는다.

숨결 간의 경계

말하지 않는 것과 숨 쉬는 것 사이엔

늘 애틋한 선 하나가 있다.

우리는 그 선 위에서 산다.


,


날 선 경계에 선 이 언어의 호흡에 따라
안도의 한숨이 되어
이 단어들이 조용히 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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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울한 철학자에게만 기운 돋는 단어 100선》 3회 차 예고



– 흔들림에서 되감기까지, 느슨한 낙차의 정서들



21. 잠복


22. 심연


23. 스민다


24. 기척


25. 속울림


26. 덧남


27. 낯익음


28. 미끄러짐


29. 곁눈질


30. 되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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