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없는 초보가 노래를 만드는 법은 무엇일까?
https://www.youtube.com/watch?v=mdoKh1DuZjU
힌트는 실험적으로 만들어진 노래다. 아무런 음악 이론 없이 군대에서 기타를 배운 내가 작곡을 하는 방법은 단순무식 그 자체였다.
첫 번째. 먼저 코드를 하나 정해서 친다. (A)
두 번째. 그 다음에 내가 아는 모든 코드를 뒤에 붙인다. (A-B, A-C 등등).
그 중 어색한 건 빼고 그럴듯한 건 남긴다.
세 번째...는 없다. 그냥 두번째 단계를 계속 반복한다.
정말 이렇게 해서 노래가 나올까 싶은데 정말 이렇게 노래를 만들었다. 군대 있을 때 노트 하나에 내가 발견(?)했던 코드조합들을 40개 정도 정리를 했었다. 시간이 지나서 내가 작성 한 코드를 다시 보니 이상한 것들도 있지만 참 독특하고 창의적인 조합도 많았다. 요즘은 그런 시도없이 머니코드와 같이 대중화 된 코드로만 노래를 만든다. 최근 만든 노래들이 더 세련 된 맛은 있는 것 같지만, 힌트 같은 곡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면 가끔 군대있을 때 하던 노가다가 만든 의외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힌트는 메이저, 마이너, 세븐 등 원코드에 뭐가 자꾸 붙는 애들을 연속으로 붙여 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노래로 후렴구가 D, DM7, D7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몇 개는 아예 코드 이름도 모르고 만들었다. 일단 후렴구 시작을 만든 뒤로는 뒤에 이어질 코드를 찾다 기타 줄 이것저것 잡아서 만들어서 그렇다. 보통 이게 음감이 있어서 코드를 임의로 잡고 이름을 찾는데, 나는 음감이 전혀 없다. 이것저것 잡아서 만들었다는 건 위에서 말한 '두번째 반복'과 같은 노가다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내가 대학생 때 학점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작사, 작곡만 하지 믹싱과 마스터링에 재주가 없다. .. 라고 말하면 작사, 작곡엔 재주가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사실 작사, 작곡도 엉망이다. 음표도 찍을 줄 몰라서 코드 악보로 밖에 전달 못한다. (그래서 어디가서 음악한다고 안 함. 직업은 사서고 본업은 작가입니다. 음악은 취미죠.) 타고난 복 중에 인복이 제일인지라. 부족한 실력을 항상 주변의 사람으로 메꾼다. 이번 앨범은 희연님께서 보컬과 믹싱을 담당해주셨는데 뭐랄까 내가 흙을 드리면 나한테 인간을 빚어서 주신다. 혼자 기타치면서 노래할 땐 몰랐는데 믹싱이 정말 중요하다. 작곡가, 작사가 말고 프로듀서가 더 유명한 것도 이해가 감. 힌트 같은 경우 나는 쓰리핑거로 기타를 연주하며 크리스마스를 연상했었는데 희연님이 피아노 반주를 얹혀주니 4월의 발랄함과 따뜻함이 확 풍겼다. 잡다한 취미는 이제 좀 줄이고 하반기엔 4번째 책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믹싱에도 욕심이 난다. 케이크워크 무료라던데 말이지...
힌트도 대학교 때 만든 노랜데 내가 모티브였다. 좋아하면 다 티난다고 애들이 하도 말하더라. 처음엔 이걸 어떻게 고쳐야하지 싶었지만 이런 사람을 또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사람이 보기엔 내가 어떨까. 하는 무한한 자기긍정으로 만들었던 곡. 어렸을 때의 나는 이런 발랄함이 있었군요. 노래 만들던 방식도, 가사 쓰던 순수함도 그리워지는 오늘의 포스팅.
▶ 6월 24일(목) 12:00 음원 발매 멜론, 지니, 바이브, 플로, 스포티파이 등 음원 사이트에서 검색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