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란
덕구는 노인정을 나와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자식이 고향을 떠난지 벌써 사십년이다. 그 사이 아들이 딸을 낳고
자신은 아버지에서 할아버지가 되었다.
덕구의 아들, 재원은 몇 번이고 자신을 따라 서울로 올라오라고 했지만
자신이 부담이 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고 정든 고향을 떠나기도 싫었다.
어제도 재원에게 전화가 왔었다.
이제라도 좀 편하게 사시면 안 되겠냐는 자식의 말에
지금의 삶도 충분히 편하다고 답을 했다.
"오늘따라 와이리 버스가 안 오노."
아직 시간도 되지 않았으면서
괜히 버스한테 지청구만 나왔다.
왜 아들은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지 답답했다.
TV가 40인치 대용량이라고, 집에 에어컨이 있으면 편안할까.
"우째쓸까, 우째..."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리자
비탈 아래로 꽃 한송이, 봉분이 하나 보였다.
다섯 갈래 잎이 있는 붉은 복사 꽃은 유난히 색이 도드라져 보였고
둥근 봉분은 머리가 다 벗겨져 햇살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꽃이 밝다고 봉분을 걱정하지도 않고 봉분이 꽃을 시샘하지도 않는다.
덕구는 불현듯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설에 재원이 찾아오면 소풍을 떠나자고, 잠시 이곳을 들리자고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