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표
민들레 꽃은 하나의 세상, 수많은 홀씨들이 세상에 나가길 기다리네.
바람 따라 서쪽 저 멀리로 떠나고 싶다는 민들홀씨는 새침떼기,
남들이 하는 말에 사사건건 딴죽을 올리지.
친구들을 떠나가기 싫다고 몸을 떠는 가는홀씨에겐
세상 곳곳으로 퍼져 민들레를 피워야 하는 홀씨의 숙명을 모른 체 한다 무안을 주고
제일 먼저 동남쪽으로 떠나 누구보다 큰 민들레를 피울 거라는 푸른홀씨에겐
그것은 바람과 햇님 마음이지 손도 없고 발도 없는 홀씨는 백번 다짐해도 모를 일이라네.
- 넌 무슨 말을 그리 하니?
푸른홀씨가 누구보다 꿈 많은 아이인 걸 몰라서 그러니?
- 내참, 말은 바로 해야지.
우리가 아기홀씨도 아니고 바람이 없으면 한 평생 여기 있을 운명인 것도 모르니?
- 그래도 그렇지. 푸른홀씨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인데
네가 그렇게 초를 처셔야 되겠니?
- 흥. 요전에 돌담 너머로 온 하얀다리 나비한테 듣지 못했니?
여기서 동남쪽으로 쭉 가면 돌담 위에 돌담, 그 위에 또 돌담을 쌓아만든 엄청나게 큰
집들이 있어 그곳에선 사람들이 개미들처럼 잔뜩 모여산다고 한다.
그 놈들은 욕심이 많아서 사방에 자기들 집터를 지어놓으니
우리들 꽃은 고사하고 저 큰 나무들도 뿌리를 박지 못한다는데
푸른홀씨가 손과 발이 있어도 큰 민들레는 피우지 못할 것이야.
- 아니야. 세상에 식물이 뿌리를 박지 못할 땅이 어디에 있고
땅 위에 다리를 딛고 살아가는 생명 중 꽃 향기를 싫어할 존재가 어디에 있니?
여드레 밤이 계속 되는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푸른홀씨의 꿈은 이뤄질 거야.
푸른홀씨를 옹호하는 하늘바람홀씨의 앙칼진 말에 민들홀씨는 입을 다물었네.
주변에 있는 모든 홀씨들이 하늘바람홀씨의 편을 들었기 때문이지.
민들레 꽃은 하나의 세상, 수많은 홀씨들이 세상에 나가길 기다리네.
노란 꽃을 피우길 원하는 홀씨도, 작은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길 바라는 홀씨도
바람이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킬 곳으로 데려다 주기를 바라며 잠에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