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끝과 마지막 장

금나래

by 도서관 옆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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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을 재우고 집으로 가는 길.

집에 가야 하는데, 다른 선택지가 없는 일상의 답답함에 문득

하루의 궤도를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앞서는 개 쉬마를 데리고

몽르트마 언덕으로 향했다.


오르막 길에 고개를 든 할미꽃은 이제 곧

해가 길어지는 하루가 오리라 알려준다.

하지만 아직까진 해가 짧은 하루. 양들을 재울 시간이면 사방이 캄캄하다.


몽르트마 언덕에 누워보는 별자리.

별자리는 우리 목동들에게 계절을 알려주는 선생님이며

상상력의 놀이터다.

해가 짧은 하루에 가장 밝은 별은 힘센 오리온.

맑은 물 은하수에 사는 가재와 물 항아리 그 무엇과 비교해도 빛이 난다.


하지만 난 뒤가르 마을의 작은 목동.

하얀 털을 가져오면 하루가 기쁜 양치기 소년일 뿐이다.

저 하늘에 많은 별 중 목동을 그린 별자리가 있었던가.

괜히 풀을 뜯어 양처럼 질겅질겅씹었다.


몇 번 뜯다보니 이미 양들이 지나갔었는지 반쯤 잘려나간 잎사귀들이 손에 잡혔다.

이곳 몽르트마 언덕은 자님의 영역.

갈색 털을 자랑하는 앞서는 개 알종이 몰고 온 양들이 먹다 남긴 흔적일 것이다.

문득, 신기하다.

뒤가르 마을의 일곱 목동, 일곱마리 앞서는 개가 부리는 양들은

하늘은 높은 날에 구름 만큼이나 많다.

그 많은 양들이 매년 이 주변에 풀을 뜯어도 다시 자라난다.


쉬마를 일으켜 집으로 향했다.

몽르트마 언덕에서 집으로 가는 방향은 물게자리.

그러고 보니 하늘에 모든 별자리들이 목동을 위한 길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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