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자
하이란.
별을 닮은 그 소녀의 이름이야.
소녀의 아버지는 검은 수염을 풍성하게 기른 사내 중에 사내고
소녀의 어머니는 여름 날 마을 동산에 올라가면
흰 피부에 반사 된 햇빛이 옆 마을에까지 비출 정도였지.
소녀의 눈망울엔 아버지의 수염만큼 깊은 검정과
어머니의 피부만큼 투명한 흰빛이 담겨있어
마치 밤하늘에 별을 보는 것 같아.
하이란.
별을 닮은 그 소녀의 이름이야.
소녀는 두 눈에 별을 품고 있어 매일밤 하늘을 보나봐.
자신이 원래 있어야 할 곳을 그리워하는 연어처럼
소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저 광활한 우주의 책장을 넘겼어.
소녀는 말을 떼자마자 어머니에게 별들의 이름을 물었고
학교에 가기 전부터 아버지한테 별자리를 배웠지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하이란을 보고 별이라 불렀어.
아니, 가끔은 별을 보고도 하이란이라고 불렀지.
하이란.
별을 닮은 그 소녀의 이름이야.
어느날, 마을 사람들이 하늘이 평소와 다르단 걸 깨달았어.
태양이 지고나면 보석 같은 별들의 광채가 그 자리를 대신 해야 하는데
별들이 모두 사라져 밤하늘이 빛을 잃어버린거야.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광장에 모여 이 사태를 의논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마을에서 유일하게 수도를 다녀온 사힌 아저씨도,
3명의 국왕을 모시며 2번이나 촌장을 역임한 올그먼 할아버지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
그러다 또래들보다 목소리가 작아 고민인 10살 아르한이 말했어.
"호..혹시, 지금 하, 하이란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그제서야 사람들은 광장에 소녀가 없다는 걸 깨달았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소녀의 집을 찾아가기로 했어.
하이란.
별을 닮은 그 소녀의 이름이야.
언덕 두 개를 넘어 저 멀리 소녀의 집이 보이기 시작하자
마을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어.
하이란의 집 주변에 누군가 진주 상자를 잘못 떨어뜨리고 간 것처럼
하얀 빛으로 반짝거리는 별들이 가득했거든.
잘 구운 생선 위에 굵은 소금을 듬뿍 뿌려놓은 것처럼
멀리서 봐도 그 빛들의 향이 너무 강렬해 숨이 막힐 정도였어.
하이란.
별을 닮은 그 소녀의 이름이야.
혹시나 발에 채이지 않게 조심스레 별들 사이로 나아가던 사람들은
마당에서 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소녀를 발견했어.
"하이란. 이게 어찌 된 일이니?"
"별들이 보고 싶어서 살짝 잡아 당겼을 뿐이에요."
"하지만 별은 하늘에 있어야 해.
별이 없는 하늘은 너무 무서운 걸."
"죄송해요. 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제가 하늘로 갈 순 없었거든요.
오늘이 지나면 별들을 다시 돌려보낼게요."
소녀는 조금 쓸쓸한 듯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했어.
하지만 이제야 하늘이 원래대로 돌아오겠다고 안심한 어른들은
소녀의 표정을 살피지 못했어.
그때, 어른들 틈을 아르하가 비집고 나가 소녀의 손을 잡았어.
"괜찮아. 별들이 모두 하늘에 가도 네 눈에 있는 별들은 그대로잖아."
하이란.
별을 닮은 그 소녀의 이름이야.
하늘 끝을 잡아당겨 별들을 쏟아지게 만들 수 있는 소녀.
땅으로 여행 온 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녀.
두 눈에 아름다운 별을 품고 있는 소녀.
별을 닮은 그 소녀는 그제야 다시 웃음을 찾았어.
그 웃음에 이제껏 볼 수 없던 별이 나에게로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