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미상
115일.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 안에 있는 시간이다.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된 3번째 인턴이 끝난 뒤 두 달 동안 32개의 면접을 봤고,
졸업 후 총 87개의 면접에서 떨어진 뒤 부터다.
그 동안 인턴 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어떻게든 버텨지만 3일전에 바닥이 났다.
1년 짜리, 3개월 짜리, 반년 짜리.
거의 2년 동안 3개 회사에서 뒤치닥 거리를 도맡아 했는데
그 댓가로 네 달을 버티기도 힘들다니.
고작, 네달이다.
내가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
한 칸방에 소형 냉장고 하나, 취미와 여가는 오직 노트북으로.
식사는 배 고플때만, 라면, 시리얼, 빵.
그래도 고작 네 달이다.
언제부터일까.면접장에서 시험관과 눈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87번째 면접장에서 나왔을 땐 그래도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었다.
하지만 87번째 탈락 통보를 받았을 땐, 집에서 헛구역질을 했었다.
그 뒤로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현관 밖으로 걸음을 떼면 공포가 밀려왔다.
내가 한 걸음 떼면 지반이 무너져 내리기도, 속에 칼을 숨긴 살인마가 복도 끝에 숨어있기도,
갑자기 식인 메뚜기 떼가 도시에 창궐하기도, 재수없게 경로를 이탈한 차량이 날 덮치기도.
공포는 매순간 얼굴을 바꾸었지만 매번 나에게 찾아왔다.
혹시 대출을 할 수 있을까. 인터넷을 뒤져봤다.
대출에 대한 무서움. 결국은 깡패놈들에게 신장까지 다 뜯기고 말 것이란 경고.
하지만 아사의 공포가 나에게 더 컸다.
한 대출 사이트에 접속을 해서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적어
문자 한통을 보내면 대출이 된다는 문구를 확인했다.
사이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받는 사람을 입력했다.
그 뒤 천천히 내 번호를 적었다.
0..1..0.. 8..6..0...
그리고 내 이름을 적...
내 이름이 뭐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