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백규현

by 도서관 옆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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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이란 단어에는 낯설음이 숨어있다.

처음 내리는 지하철 역을 지나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몸을 맡겨

첫 면접 장소로 가는 길은 떨림과 긴장의 반복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난 수학을 잘 하는 것도 아닌데, 불문과를 나왔는데 이곳에 괜히 지원했나.

졸업 유예 대신 빠르게 졸업를 했어야 했을까

후회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내게 말을 걸었다.


"여기 자리 있어요?"



2.

면접이 끝나고 감독관님은 제각각 흩어져서 잠시 대기를 하라고 했었다.

괜히 바쁜 척 고개를 흔들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면접 때 큰 눈을 반짝이며 말을 하던 그 분, 그 분이 어디 있을까.

이미 자리가 꽉 차 있는 걸 알면서 그 사람의 옆자리로 움직였다


걸음과 걸음을 떼는 사이에 수많은 생각들이 훈수를 두었다.

입술과 입술을 떼는 사이에 수많은 걱정들이 반대를 하였다.


하지만 그녀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생각과 걱정은

날 향한 시선에 녹아버렸다.


"여기, 자리 있어요?"



3.

빈 가슴에 껴안고 손짓을 해보아도

잡히지 않는 아지랑이 같은 봄소식인 줄 알았는데

지금쯤 그 길을 나서면 볼 수 있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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