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명 연습

박찬일

by 도서관 옆자리
묘비명.jpg



1. BC 956

인류가 무지에 이름을 붙이면서 신화가 탄생하였다.

천둥과 번개, 탄생과 죽음을 둘러싼 미지를 인간들은 신의 자리로 채웠다.


2. BC 387

'너 자신을 알라.'

세상을 탐구하던 인류는 이제 세상 안의 것을 묻기 시작했다.


3. 26

'네 이웃을 사랑하라.'

인류는 그들 주변으로 고개를 돌렸다.


4. 1637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인간은 경험과 합리라는 두 가지 도구를 가지고

다시 세상 바깥의 것을 묻기 시작했다.


5. 1969

'이것은 개인에겐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위대한 도약이다.'

-

인류는 그 동안 무지에 잘못 붙였던 이름표를 다 떼어냈다.

이제 인류에게 미지란 우주, 심해와 같은 바깥 세상일 뿐이다.


6. 2016

최초로 인공지능이 프로바둑기사를 상대로 승리.

인간과 같은 사고, 인간을 닮은 지능.

세상 바깥을 궁금해한 인류는 다시 세상 안의 것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낡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