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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텔로 Mar 15. 2023

영화 음악 BEST 10

2023.03.15 기준


영화 음악 BEST 10


나에게 영화 음악은 영화를 추억하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다. 멜로디가 흐르면 즉각 영화를 봤던 그 순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때의 극장 풍경을 훑는 가상의 카메라가 머릿속을 뒤흔들고 영화를 보고 느낀 충격과 감동이 되살아나며 그 여운에 몸부림쳤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그 영화를 추억하며 지나온 시간의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좋은 영화는 극장에만 머물지 않고 끝없이 삶으로 침투해 들어온다. 이 영화는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이 영화는 내게 어떤 의미인가. 과거의 어떤 순간은 한 편의 영화로 기억되기도 한다.


훌륭한 영화 음악은 이를 가능케 한다. 지금껏 봐온 영화들 중 가장 훌륭한 영화 음악들을 생각하다 열 편의 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다. 삽입곡은 제외하고 영화를 위해 작곡된 음악들, ‘스코어’만 뽑아보았다.



10. 분노의 13번가(Assault On Precinct 13, 1976, 존 카펜터)


https://www.youtube.com/watch?v=FbKzqBPK3C8&list=PLy5kryT0xrJP0Jg3N_QoAgDa5M-cSfpKX

https://www.youtube.com/watch?v=oufkbjpSWdg&list=PLy5kryT0xrJP0Jg3N_QoAgDa5M-cSfpKX&index=12


존 카펜터는 연출 실력뿐 아니라 작곡 능력도 대단히 훌륭한 멀티플레이어다. 본인 영화 상당수에 직접 작곡한 곡을 사용했던 그의 가장 유명한 스코어는 아마 <할로윈>의 메인 테마곡일 것이다.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음악의 탁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게는 <분노의 13번가> 음악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리드미컬한 신디사이저 사운드는 굉장한 중독성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영화에 이상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어둡고 폭력적인 이미지와 신명나는 멜로디의 대위법. 영화의 서두부터 흘러나오는 이 음악에 매료되어 흥미진진하게 오프닝 시퀀스를 기다렸던 순간이 떠오른다.



9. 올드보이(Oldboy, 2003, 박찬욱)


https://www.youtube.com/watch?v=JJQHhceoXU8&list=PLrbUxSl4nExO6Pr9UvA-puGmrtJVnxkJO&index=24

https://www.youtube.com/watch?v=o5CxL3CJmaM&list=PLrbUxSl4nExO6Pr9UvA-puGmrtJVnxkJO&index=11

https://www.youtube.com/watch?v=yD9hPQr_f0s&list=PLrbUxSl4nExO6Pr9UvA-puGmrtJVnxkJO&index=5


클래식 음악을 열렬히 사랑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는 그의 취향처럼 아름답고 세련된 음악들이 즐비하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조영욱 음악 감독이 개별 작곡가들을 프로듀싱하여 탄생한 음악들은 오이디푸스 신화와 스릴러 장르가 결합한 <올드보이>의 성스러우면서 속세적인 작품의 분위기를 탁월하게 드러낸다. 우아함과 암울함. 이 두 가지 속성이 기묘하고 아이러니하게 뒤섞인 것 같은 음악들은 이 영화의 품격을 지탱하는 가장 큰 요소 중에 하나다.


<올드보이> 앨범은 박찬욱 감독의 시네필적 성향이 짙게 묻어 있다. 앨범 속 곡명은 모두 실제 영화 제목에서 가져온 것이다. 음악과 동명의 영화 사이의 분위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는 감상 방법이 될 것이다.



8. 캐롤(Carol, 2015, 토드 헤인즈)


https://www.youtube.com/watch?v=awk0YahlOcA&list=PLxCR_gYn1B_OeoGzSTtLVYe7WvsSJ_uOJ

https://www.youtube.com/watch?v=R8M5qPCkm-k&list=PLxCR_gYn1B_OeoGzSTtLVYe7WvsSJ_uOJ&index=13

https://www.youtube.com/watch?v=f58FWDb1ARw&list=PLxCR_gYn1B_OeoGzSTtLVYe7WvsSJ_uOJ&index=25


<캐롤>의 사운드 트랙을 들을 때면 텅 빈 극장에 홀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간 깊은 여운에 잠식되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보고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는 사랑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고풍스러우면서 우아하며 아름답고 세련된, 그리고 따뜻하고 간절한 멜로디는 언제 다시 들어도 다시금 심장을 뛰게 만든다. 강렬한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카터 버웰의 스코어를 들으며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쉽게 몸을 움직이지 못했던 그 순간. 어서 나가라는 듯 얄밉게 켜지던 극장의 불빛. 과연 내가 이 음악을 잊을 수 있을까.



7. 키즈 리턴(Kids Return, 1996, 기타노 다케시)


https://www.youtube.com/watch?v=544bkI1hmGk

https://www.youtube.com/watch?v=stwgIQiY6-I&list=PL6976A7994D0E5F63


히사이시 조의 가장 유명한 곡은 <기쿠지로의 여름>에 나왔던 'Summer'일 것이다. 그밖에도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장화, 홍련>, <웰컴 투 동막골>, <하나비>, <소나티네> 등등의 영화에서 그는 훌륭한 음악들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히사이시 조의 사운드 트랙은 <키즈 리턴>이다. 청춘을 아끼지 않는 사회의 어른들로 인해 방황하고 엇나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다룬 <키즈 리턴>에서 그의 음악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곤경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영화가 끝나도 그들의 자전거는 여전히 달리고 있을 것만 같다.



6. 가늘고 푸른 선(The Thin Blue Line, 1988, 에롤 모리스)


https://www.youtube.com/watch?v=lgPcd066Ovw


다큐멘터리 영화의 목적은 진실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 진실을 어떻게 탐구하는가. 어떤 제작 방식으로 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가. 에롤 모리스는 진실을 보장하는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감독이 사건에 직접 개입하거나 현실의 원료들을 조작하는 것은 일종의 반칙이라는 통념을 완전히 허물어버린다. 그는 본인만의 스타일로 미학을 구축해 나갔다. 그 방식 가운데 하나가 적극적인 음악의 사용이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음악 작곡가이자 영화 음악의 거장인 필립 글래스의 미니멀한 음악은 에롤 모리스가 감행한 다큐멘터리와 장르 영화, 특히 필름 누아르의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후, 나는 그의 눈부신 작품 'Glassworks Opening'에 푹 빠져버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_2vRbNehGB0



5. 마더(Mother, 2009, 봉준호)


https://www.youtube.com/watch?v=HMZvrdZ86M8


내게 <마더>는 봉준호 감독의 최고작으로서 기억되기도 하지만 이병우 음악 감독의 음악으로도 기억된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머릿속에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이 자동 재생된다. 광기에 휩싸인 채 갈대밭을 헤치고 나온 ‘혜자’가 넋을 잃고 막춤을 추는 미스터리한 오프닝.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을 듣고 스스로 망각의 침을 꽂은 혜자가 해질녘 풍광에 실루엣으로 변한 채 아줌마들 사이에서 관광버스 춤을 추는 광기의 엔딩. 숭고함으로 흔히 표현되었던 모성의 강박적 이면을 해부하고 그 앞에 도덕을 들이밀었던 ‘간극’의 영화. 이병우 음악 감독은 그 모호한 간극의 섬뜩함을 클래식 기타의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해낸다.



4. 대부1&2(Mario Puzo's The Godfather1&2, 1972&1974,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https://www.youtube.com/watch?v=MnSEZQEAPmE&list=PLLhu_aWzuRciPpJIZLYZ7-UsUHojohW0H

https://www.youtube.com/watch?v=fmY7kH-KB48&list=PLLhu_aWzuRciPpJIZLYZ7-UsUHojohW0H&index=7

https://www.youtube.com/watch?v=eojrvtoH-y4&list=PLNObdymy4C-qwsCcrGuWsiU81SlnMuMLJ&index=14


<대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우아함’이다. 음악 감독 니노 로타는 영화의 폭력, 비열, 배신, 운명, 비루, 고독 등의 수많은 키워드에 우아함이라는 실루엣을 덧입혔다. 이탈리아의 거장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원한 동반자로서 주로 유럽 영화에서 활동하던 그는 유럽 영화에 매료되어 있었던 코폴라의 제의를 받아 그와 협업하게 된다. 이탈리아에서 넘어온 미국 이민자 가족 이야기, 정치적이면서 개인적인 이야기, 보다 실험적인 영화를 선보였던 1960-70년대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자장 속에서 고전적인 화법으로 풀어낸 이야기. 코폴라는 미국적이지만 유럽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니노 로타는 그의 음악을 통해 코폴라의 미학을 탁월하게 드러냈다. 아직도 이 음악을 들으면 콜레오네 가문의 몰락이 선연하게 보이는 것만 같다.



3. 싸이코(Psycho, 1960, 알프레드 히치콕)


https://www.youtube.com/watch?v=w5Sqv_45A5c&list=PLn4zagkKWT4MbmBG_RTVggVrBM-gMDiFQ

https://www.youtube.com/watch?v=gcQVMhL-PgY&list=PLn4zagkKWT4MbmBG_RTVggVrBM-gMDiFQ&index=17


정성일 평론가는 <싸이코>의 오프닝을 두고 “‘화음이 없는 세계’의 시작을 선포한 것이다.”라고 말한 적 있다. 이 영화의 음악들은 도저히 편하게 들을 수가 없다. 거의 귀가 찢어질 것 같은 현악기의 불협화음은 조화 없이 끝없이 충돌한다. 충돌과 충돌의 연쇄. <싸이코>의 시각 스타일 역시 마찬가지다. 미장센과 편집을 통해 수직과 수평의 이미지가 끊임없이 충돌하도록 설계되었다. 내러티브도 그렇다. 주인공처럼 보였던 마리온은 그 유명한 샤워씬에서 죽고 사라진다. 둘로 잘린 영화. 앞의 이야기와 뒤의 이야기가 마치 쇼트를 편집하듯 잘려져 있다. 3분 동안 52개의 쇼트가 분절되어 있는 샤워씬은 그야말로 ‘충돌’ 그 자체이다. 결말에 이르러 밝혀지는 노먼 베이츠의 상태는 자아의 충돌로 이뤄져 있다. 쇼트의 충돌, 이미지의 충돌, 이야기의 충돌, 자아의 충돌, 그리고 이를 거대하게 감싸고 있는 불협화음의 충돌. 한 번 감탄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위대한 영화 음악이다.



2.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 마틴 스코시즈)


https://www.youtube.com/watch?v=LAGSoti_ejA


<택시 드라이버>는 영웅주의에 빠진 주인공이 도시의 홍등가를 바라보는 파괴적이고 몽상적인 시선을 그린 작품이다. 마틴 스코시즈는 오프닝 장면에서 앞으로 전개될 표면과 이면의 이야기, 그리고 전체 시각 스타일을 탁월하게 녹여낸다. 이때, 흘러나오는 버나드 허먼의 재즈 음악은 이 오프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음악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버나드 허먼을 대표하는 음악이면서 수많은 <택시 드라이버> 팬들을 양산한 탁월한 곡이다.



1.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1974,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https://www.youtube.com/watch?v=26EyGWk6X68


데이비드 샤이어 음악 감독이 작곡한 이 아름답고 세련된 피아노 선율은 내게 압도적인 1위다. ‘걸작 영화’라는 거대한 액자를 제거하고 듣더라도 최고다.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받을 수 있는가. 타인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고 살 수 있는가. 70년대 미국 사회의 불안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일말의 휴머니즘을 품고 있는 불법 도청 전문가의 죄의식과 몰락을 그린다. 그는 개인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거대 조직(사회와 시스템, 혹은 국가)에 대항하다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 데이비드 샤이어의 피아노 선율은 폭력과 죄의식 사이에서 갈등하고 끝내 몰락하는 한 개인의 마음의 풍경을 탁월하게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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