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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텔로 Mar 21. 2023

<브로커>에 대한 엇갈린 반응


<브로커>에 대한 엇갈린 반응



송강호 배우가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브로커>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한국 최고의 촬영 감독 홍경표가 만난 데다,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배두나, 이주영 등의 스타들이 뭉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엇갈린 반응을 낳았다. '탁월한 휴머니스트의 작품', '날카롭고 통렬한 장면들'이라는 호평이 나오는가 하면 '고에다의 드믄 실패작', '올해 칸영화제의 가장 큰 실망'이라는 혹평도 흘러나왔다.


<브로커>를 보고 나서 양가적인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고레에다의 진심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것은 메시지의 전달 방식이 다소 강박적이라는 점이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를 모든 인물에게 한 차례씩 건네는 설명적인 모텔 장면은 그러한 강박의 정점이다. 더욱이 <브로커>에는 고레에다 영화라곤 믿기 어려운 욕설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아이를 싼 값에 입양하려 흥정하는 한 부부를 상대로 소영이 쌍욕을 퍼붓는 장면이 그렇다. 해당 장면은 배우 이지은의 어색한 연기로 인한 오그라듦을 제외하더라도 인물의  성격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려는 과장된 연출의 산물처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이러한 장면들은 고레에다가 개인 홈페이지에 작성하던 글처럼 완강한 정치적 태도가 엿보이는 대목들로, 인물의 내밀한 감정의 축조를 거듭 방해한다.


<브로커>를 기다리며 내가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고레에다와 홍경표 촬영 감독의 협업이었다. 고레에다는 그간 세계 최고의 촬영 감독들과 작업해왔다. 그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알랭 레네, 지아장커 등의 감독과 협업한 에릭 고티에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찍었고, 허우 샤오시엔의 오랜 파트너인 마크 리 핑빙과 <공기인형>을 찍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까드린느 드뇌브와 줄리엣 비노쉬가 출연하는 프랑스 영화이기에, 그들 모두와 작업해본 적 있고 프랑스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프랑스인 에릭 고티에는 단연 적격이었다. 또한 인형이라는 외부적 시선으로 도쿄의 풍경을 찍어야 했던 <공기인형>의 촬영을, <카페 뤼미에르>를 통해 도쿄를 이미 경험한 적 있는 대만인 마크 리 핑빙에게 맡긴 것도 지극히 온당해보였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를 탁월하게 조율하며, 감각적이고 유려한 카메라 워크를 구사하는 것이 특징인 홍경표 촬영 감독이 <브로커>의 잔잔한 풍경과 느슨한 서사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주었는지는 모호하다. <지구를 지켜라!>, <마더>, <설국열차>, <곡성>, <버닝>, <기생충>,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의 영화와 <브로커> 사이의 간극. 몽환적인 정조와 어둡고 쓸쓸한 그림자의 이면을 탁월하게 포착했던 <마더>, <버닝>, <다막 악에서 구하소서> 등의 해질녘 장면과 달리, <브로커>의 해질녘 관람차 장면은 어떤 특색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고레에다 특유의 사려 깊은 관조적 시선과 생각하는 카메라의 힘 또한 찾기 어렵다. 말하자면 A와 B가 섞여 A+B 혹은 C가 된 것이 아니라 A와 B의 여집합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물론 그렇다고 <브로커>의 촬영이 아주 별로였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다만, 현재 한국 최고의 촬영 감독과 세계적 거장의 하모니가 기대만큼 아름답지 않아 크게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차라리 <박하사탕>, <봄날은 간다> 등에서 쓸쓸하고 아스라한 풍경들을 현실적으로 재현하고, <북촌방향>, <밤의 해변에서 혼자> 등의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보잘것없는 물적 토대를 눈부시게 아름다운 화면으로 변환시켰던 김형구 촬영 감독과 작업했으면 어땠을까, 괜히 상상해보게 된다.






[2022년 6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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