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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텔로 Mar 21. 2023

<탑건: 매버릭>, 이 시대의 액션 장인 '톰 크루즈'


이 시대의 액션 장인 '톰 크루즈'



<탑건>은 단순한 서사에 지나친 마초성을 탑재한 영화다. 배우들은 과장된 연기로 일관하고, 작품 전반에는 허세가 가득하다. 엄밀히 말해 <탑건>은 톰 크루즈의 화보집에 가깝다. 유일한 볼거리는 비행 스턴트를 맡았던 아트 숄의 활약에 힘입어 탄생한 화려한 항공 액션뿐이다(아트 숄은 안타깝게 공중전 촬영 도중 사망했다). 그런 연유로 <탑건>의 속편이 36년 만에 나온다고 꽤 많은 영화팬들이 떠들썩할 때도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탑건: 매버릭>은 <탑건>과는 차원이 다른 영화였다.


톰 크루즈는 장인 정신으로 갈고닦은 아날로그의 실감 앞에선 그 어떤 테크놀로지도 무력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이런 생각을 <탑건: 매버릭>을 통해 처음 하게 된 것은 아니다. 톰 크루즈가 테크놀로지의 힘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신체를 무기로 끊임없이 스턴트를 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828m의 부르즈 할리파를 오르고,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리며 그야말로 온몸으로 영화를 찍어온 액션 장인이다. 이런 면모 때문에 그가 새 영화를 들고 나타날 때면, 이번에는 어떤 장면을 대역 없이 찍었다느니, 새로운 아날로그 액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느니, 하는 기사가 폭우처럼 쏟아지곤 한다. 그러나 그간의 영화들과 달리 <탑건: 매버릭>이 유독 감동적인 것은 영화 안에 그의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매버릭은, 무인기 시대의 도래를 알리며 조종사가 전투기를 모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케인 제독에게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오늘은 아닙니다."라고 반박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영화 외적인 요소를 영화 안으로 끌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 효과로 무장한 영화들이 즐비한 현재 영화 시장에서 직접 스턴트 액션을 소화하는 톰 크루즈의 장인적 행보가 바로 이 순간 영화 속으로 접속해 들어오는 것이다. 감동은 대개 내용보다 형식에서 비롯되듯이 <탑건: 매버릭>의 감동은 영화의 실질적 내용보다 영화를 대하는 톰 크루즈의 장인적 태도와 일관된 신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르긴 몰라도 <탑건: 매버릭>은 액션 스타로서의 톰 크루즈를 설명하는 최적의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OTT가 극장을 대체할 거라는 일각의 의견에 매버릭의 말을 빌려 답하고 싶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오늘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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