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얼핏 보기에 두 팀이 공을 놓고 우당탕탕 싸우는 단순한 놀이 같지만 실상은 전술과 기술이 정교하게 작동하는 세심한 스포츠다. 더욱이 개인 스포츠가 아니라 많은 인원이 하나의 팀으로 묶여 대결하는 조직적인 팀 스포츠다. 그러나 <드림>은 이러한 축구의 특성이 야기하는 연출적 어려움을 애초부터 타파할 마음이 없었던 듯 자꾸 샛길로 비껴간다. 예컨대, 괴생명체와 UFO 따위는 손쉽게 구현하는 최신 VFX 기술은 배우들의 초보적인 축구 실력을 그럴싸한 움직임으로 탈바꿈하는 데 철저하게 실패한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처럼 전개되는 축구의 전술적인 움직임은 영화에서 완전히 소거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팀의 전체 전형을 조망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롱 쇼트는 작중 어떤 축구 시합에서도 쓰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술과 기술은 발라낸 채 오직 투지만으로, 롱 쇼트 없이 파편적인 쇼트만으로 일관할 거라면 축구라는 스포츠를 왜 소재로 택한 걸까. 아무래도 <드림>은 파편적이고 피상적인 겉치레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충분히 훔칠 수 있을 것이라 쉽게 판단한 것 같다.
영화는 사소한 말장난과 일차원적인 신체 코미디를 재미의 근원으로 삼으며 조금씩 노골적인 신파 서사에 다가간다. 이때, 극 초반부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이소민이 바닥에 내몰린 축구 선수 윤홍대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신파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는 장면은 특기할 만하다. 왜냐하면 영화의 후반부에 펼쳐질 신파 서사를 직접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그 노골성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정통적인 신파의 출현이 아니라 신파의 희화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 결의에 찬 예고를 대차게 무시한 채 별안간 한국 영화 특유의 그릇된 드라마투르기에 투신한다. 코미디를 예고해놓고 느닷없는 감정의 과잉, 과장된 드라마가 출몰하는 순간 이는 코미디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닌, 그러니까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진공 상태로 관객을 몰고 간다. 요컨대 <드림>은 스스로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자각하지 못한 채 관객을 당혹스러움과 혼란 속으로 몰아 붙이는 거대한 실패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