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 감상한 246편의 영화 가운데 2024.01.01~2024.12.31에 극장 혹은 OTT 서비스로 정식개봉한 작품에 한해 10편을 선정했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의 수준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한국영화는 한 작품도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10. 오키쿠와 세계 (Okiku and the World) / 사카모토 준지
: 마음속 울분 하나 제대로 배설하지 못하더라도 기어코 사랑만큼은.
9.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 빔 밴더스
: 순환과 변주를 통해 심중을 읽어내는 우미한 솜씨.
8. 듄: 파트 2 (Dune: Part Two) / 드니 빌뇌브
: 굽이치는 야망에 맞게 서사와 이미지, 사운드 모두 향상되어 휘몰아친다.
7. 메이 디셈버 (May December) / 토드 헤인즈
: 불가해한 존재를 마침내 이해했다고 믿는 데에서 생겨나는 진짜 공포.
6. 룸 넥스트 도어 (The Room Next Door) / 페드로 알모도바르
: 사후의 감각을 실감하고 음미하는 듯한 몇몇 대목은 그야말로 넋을 잃게 한다.
5. 독립시대 (A Confucian Confusion) / 에드워드 양
: 자본의 유혹과 알다가도 모를 인간 내면의 불확정성을 이토록 능란한 리듬 속에서.
4. 추락의 해부 (Anatomy of a Fall) / 쥐스틴 트리에
: 진실이란 청자의 위치에서 행간을 상상하고 취사하는 일.
3.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 조너선 글레이저
: "저는 영화 제작이 '존재하고 있는 것'과 '보는 것' 사이의 아슬아슬한 싸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 구로사와 기요시, <구로사와 기요시, 21세기 영화를 말한다>
2.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Evil Does Not Exist) / 하마구치 류스케
: 주체성과 인과성을 허락치 않는 임의적 공간으로서의 자연.
1. 미래의 범죄들 (Crimes of the Future)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 영화사를 통틀어 오직 크로넨버그만이 만들 수 있는 압도적인 매혹.
특별 언급
(순위대로)
노 베어스 (No Bears) / 자파르 파나히
: 영화는 진실을 포착하고 증명할 수 있는가, 라는 논제와 상관없이 우선 카메라를 들고 보겠다는 굳은 심지.
태풍 클럽 (Typhoon Club) / 소마이 신지
: 불경한 에너지를 섣불리 해소하거나 분산시키지 않는 관조적 카메라와 자유로운 도연의 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