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탄생
한국의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앞으로 한국인들이 겪을 어두운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게 적어본다.
한국의 조직 문화는 매우 경직되어 있다. 한국의 관료주의는 두 번의 군사독재를 겪은 잔재일지, 아니면 20세기 초반 일본제국의 식민 지배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해서일 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경직되어 있고 남성 중심적이다.
특히 검찰 조직은 특유의 엘리트주의가 맞물려 엄격한 기수 문화와 소속감으로 예속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검찰 조직의 폐쇄적 엘리트주의는 그들의 권력과 결부되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할 위험에 처한다.
보선으로 치뤄진 대통령 선거1) 의 검찰총장 출신 윤은 검찰이 되는 시험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시고 간신히 합격한 인물이었다. 그가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으로 임명 받았을 때 그의 위 기수의 법조인들이 대부분 사임했다. 자신의 후배가 나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옷을 벗는 문화란... 그것이 승진하지 못한 부끄러움일지, 아니면 후배가 매끄럽게 지휘를 할 수 있도록 물러나주는지 모르지만. 나는 한국의 이런 조직 문화가 신기할 다름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검찰총장 윤은 검찰권력을 통제하려고 했던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개혁하려고 했던 법무장관2) 을 저지하기 위해 그의 일가족의 비리를 수사해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렸다. (장관 일가의 채용 특례에 대해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후 사퇴 압력을 받던 그는 퇴임하고 경쟁 정당에 입당하여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정부수립 이래로 검찰 조직은 기소권과 "기소하지 않는 힘"3) 으로 올바른 소리를 하는 언론과 국민들의 재갈을 물릴 수 있는 비대한 권력이 되었다. 검찰 내 성추문에 대해 결론이 나오는 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마저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 4) 피해자는 한직으로 좌천됐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제한하려 했던 법무장관의 여죄를 물어 개혁안을 무너트렸다. 검찰 권력은 비슷한 방법으로 기업과 언론을 컨트롤할 수 있다.
2016년에 있었던 불법 사찰 권력을 생각해보자. 그들이 행한 범죄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형벌을 받았다. 검찰의 자정 능력이 의심된다.
당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윤의 장모는 사기죄로 투옥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고 그외에도 수많은 금융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의 부인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용의자로 지목됐다.
..과연 어느 용감한 후배가 살아있는 권력의 측근 비리를 조사할 수 있을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맞이할 한국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우리가 경악했듯이.
소련의 시인 옙투셉코의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가 온 힘을 다해 쓰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공포스럽다"
1) 19대 대선을 말한다
2)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의 학력위조 사건을 말한다
3) 죄형법주의의 함정이다. 기소하지 않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4) [단독] 檢조사단 기소한 '후배 성추행' 前검사 징역 10월 확정 (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