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쎈타 Feb 24. 2023

당신은 왜 돈을 법니까?

먹고사니즘을 떠나서.

언젠가 지인 모임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쎈타님은 인생 목표가 뭐냐, 왜 돈을 벌고 성공하고 싶냐"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꽤 무거운 질문이다. 사실 인생을 좀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에는 미리 고민을 해봤을 것이고, 즉시 명쾌하게 대답을 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사람까지는 아니고, 이런 질문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 좀 황송한 기분이었다. 어쨌든, 성공하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은 있지만 그 이유까지 구체화해서 머릿 속에 넣어둔 적이 없었기에, 답변을 곰곰이 생각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렇게 낸 답변은 아직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매슬로의 욕구 이론은 대충 "생리 > 안전 > 소속 > 존중 > 자아실현" 이렇게 5단계로 나뉜다. 아랫 단계의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가 되면 눈높이를 다음 단계로 올린다고 한다. 나는 먹고 살기 위해서 성공해야 할만큼 절박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면, 서울 땅에서 자가 마련을 아직 못한 입장에서 그걸 위해 성공하고 싶다고 할까? 이것도 큰 목표지만 그게 인생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명품이나 좋은 차, 사치와 유흥에 대한 욕구는 어떨까? 파텍필립 차고 페라리 페달을 밟는 난봉꾼 스포츠 스타 같은 삶. 물론 해보지도 못했고 안해보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막 고생해서 돈을 벌고 싶은 것 같진 않다. 너무 불쌍해보이잖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기 위해서일수도 있겠다. 물론 이것도 멋진 목표지만, 이건 사실 성공 여부보다는 개인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인생 목표가 될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돈을 일종의 '점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봤다. 그 사람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또는 효과적으로, 또는 스마트하게, 또는 럭키하게 살았나를 알려주는 유일한 정량지표라는 의견이었다. 꽤 납득이 가는 의견이었으나 그 프레임으로 나를 설명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유리할 것 없는 프레임이라서.


개인적으로 가끔 대담하게 돈을 쓰는 곳이 있는데 바로 전자기기다. 나는 IT와 빅테크 뉴스를 좋아하고, 미래 사회가 어떻게 될지 공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호기심 때문에 살고 또 돈을 번다고 했다.


인류의 첨단을 보고 싶다. 처음 공대로 진학한 것은 인류의 첨단을 직접 만들고 싶어서였지만 그건 너무 어려웠고, 이렇게 된 거, 그 대신 인류의 첨단을 소비하고 싶다. 실험실에서 무엇이 이뤄지고 있고, 그것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뒤집어놓을지 너무 궁금하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우주개척, 역노화, 신소재... 인류가 닿지 못한 영역에 처음으로 누군가 발을 딛고 개척했을 때의 전율. SF에서만 그리던 것들이 하나하나 실현되는 것을 보는 경이로움. 그것들을 항상 내 곁에 두고 싶다. 

하지만 보통 돈이 많이 들지.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물론 발전에는 충분한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오래 살고 싶다. 사실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 계속 지켜라도 볼 수 있으니까.


아직도 가끔 새벽에 인터스텔라 예고편을 찾아보면서 심장이 뛰곤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66_Iosx46DI

우리는 언제나 불가능을 극복하는 능력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정의해왔다.
우린 이 순간들을 돌아보곤 한다.
용기있게 더 높은 목표를 잡아, 난관을 뚫고, 다른 별에 닿아, 미지의 세계를 알려는 순간을.
이 순간들은 우리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이었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단지 잊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우린 여전히 개척자이며,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임을.
그리고 우리에게 최고의 업적은 아직 있을 수 없음을.

우리의 운명이 저 위에 있기 때문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