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유산소 운동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요성은 잘 알고, 개선하려는 이상한 시도들은 많이 한다. 가령 VR로 운동을 한다던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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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비트세이버에 금방 재미를 붙이더니, VR 게임 리뷰 영상을 들고 와서는 다른 것들도 해보자고 먼저 제안을 해왔다. 영상은 운동 효과가 좋은 게임들을 리뷰해서 랭킹을 매긴 영상이었다. 의견이 모인 곳은 The Thrill of the fight(줄여서 스오파)였다. 복싱게임이었는데, 그래픽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오늘 구매하여 플레이해보았다.
보통 VR 게임들은 횡이동을 하지 않고 스탠딩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물리적 이동을 해야 하는 게임은 주변을 보기 힘든 게이머에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봤자 제자리 회전, 앉았다 일어서기, 상체 이리저리 굽히기 정도인데, 이 게임은 2m x 2m의 공간을 요구한다(실제로 사용하는 건 1.5m 정도였다.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상대 공격의 회피를 횡이동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원래 나는 격투기는 관심 밖이고 복싱에 대해서도 1도 모른다. 하지만 초반 컴퓨터와의 대전을 통해 요령이 조금 붙었고, 몇 가지를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복싱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격투기에 공통되는 점이겠지만, 어쨌든 복싱의 목표는 나는 데미지를 입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데미지를 많이 넣는 것이다. 그런데 공격과 방어가 모두 팔로 이루어지고, 사람의 팔은 두 개밖에 없기 때문에, 복싱에서 모든 동작들은 리스크 테이킹을 수반한다.
초보자 단계여서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일단 공격타겟은 안면과 복부가 있다. 그리고 방향은 좌측, 정면, 우측이 있다. 그렇게 대충 6가지의 공격 루트가 나온다. 내가 가드 자세를 잘 갖추고 있으면 상대가 공격을 하더라도 팔을 움직여서 대충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공격을 하는 중이라면? 내가 상대에게 오른팔로 펀치를 날리면 나의 우측 가드가 풀린다. 즉, 공격은 상대에게 거의 3~4가지의 방어 불가능한 공격루트를 열어주는 동작이다. 만약 나의 공격이 빗나가거나, 상대가 효과적으로 방어해서 데미지를 별로 못주게 되면, 그것의 피드백을 곧 물리적으로 전해받을 수 있다물론 게임에서는 빛나는 섬광과 먹먹해지는 음향, 촛점으로 표현된다. 맞아보니 인상적이더라...
신나게 하면서 600킬로칼로리를 태웠다. 왜 선수들이 1라운드 뛰고 앉아서 헉헉거리는지 알겠더라. 초급 상대들이라 다 이기긴 했는데 너무 막싸운 것 같아서, 복싱 기술들을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번외로, 올해 애플도 헤드셋 출시한다는 말이 있고 메타도 하반기에 Quest 3 출시할거라는 소리가 있던데 빨리 둘 다 좋은 퀄리티로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