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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익스피어 Jul 02. 2024

[제단글] 행복 인생 키트의 내용물로 적당한 것은?

- 앱 제시단어 : 키트

[제단글 : '제시단어로 글쓰기'의 준말. 제시 단어를 앱(RWG)을 통해서 받으면 그 단어를 주제 또는 소재로 하여 글을 쓰는 것.]

- 앱 제시단어 : 키트

- 그림 : c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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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인 나와 비슷한 연배의 남성들은 다들 학교 다닐때 라디오를 조립하는 키트를 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키트라는 것은, 말하자면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편리하게 구할 수 있도록 모아파는 일종의 세트 상품이다.


4석/6석 라디오 키트를 사면 라디오의 회로기판, 안테나, 각종 회로부품, 스피커, 외부 케이스 등이 들어있는데, 남자 아이들은 그런 키트를 조립해서 라디오와 같은 간단한 전자기기를 만들며 즐거워하곤 했다. 아, 라디오 키트 옆에는 납땜에 필요한 도구들을 모아서 파는 납땜 키트도 같이 있곤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처럼 필요한 걸 한 번에 구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키트 상품들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판매자들도 이런 키트 상품들을 구성해서 판매하곤 한다. 밀키트, 각종 DIY 키트, 슬라임 키트, 십자수 키트, 가죽공예 키트 등 요즘 팔고 있는 키트 상품들도 엄청 다양하고 세분화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런데,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키트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키트 상품에서 편리함을 얻는 것처럼, 내 삶이 조금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고민을 한 번 해봤다. 3가지 정도로 추려봤는데, 모든 이들이 공감하는 3가지 라기보다는, 나라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 행복을 주는 3가지로 보는 게 맞을 듯 하다.


행복 인생 키트 의 내용물로 적당한 것은?

1. 마라톤도 뛸 수 있는 건강

확실히, 40대에 접어드니 뭘 하고 싶을 때 자꾸 내 발목을 잡기 시작하는 게 건강이 되었다. 특히, 남자들은 친구들과 만나서 술 한 잔 하는게 큰 즐거움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건강 상의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점점 그런 즐거웠던 일들을 못하게 되면서 우욿해지곤 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꾸로 그런 운동을 하다가 다친 부위가 지병이 되어 내내 고생하는 경우도 보인다. 나도 농구를 좋아해서 참 많이 했는데, 결국 농구할 때 다쳤던 무릎, 발목, 엄지손가락 등이 지금까지 내내 나를 괴롭히는 걸 보면, 그런 운동도 적당히 했어야 하나 싶다.


가장 내가 힘들었던 것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눈을 많이 썼더니 평생 없던 안구건조증이 생겼을 때였다. 어느 순간 눈에서 계속 눈물이 흐르면서 두통까지 와서 나를 힘들게 하는데, 정말 괴롭기 그지 없었다.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적어도 내가 뭔가 하고 싶을 때 주저없이 시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건강. 가장 중요한 내용물이다.

2. 늙어서도 키스해줄 수 있는 마음이 맞는 배우자

연애할때, 결혼 초기의 커플/부부들은 누가 봐도 꿀이 떨어진다. 하지만, 서로 붙어서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두 사람의 결속력은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약해지기 마련이다. 인생의 굴곡이, 서로의 욕심이, 아이의 교육이, 부동산의 가격이, 화장실의 치약이, 설겆이의 순서가... 참 많은 것들이 서로에 대한 감정과 신뢰를 허물어뜨리는 것이 같이 산다는 것이고 결혼이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위할 수 있는 커플이 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서로를 위로하고, 안좋은 일이 있을 때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부부가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 경우엔 나와 아내는 그래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꽤 있다고 답하겠다. 나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내 마음 안에 배우자의 자리도 많이 남겨놓는 것.


그런데, 이건 솔직히 뭐가 우선인 건지는 모르겠다. 마음이 맞으니 배려도 하게 되는 건지, 배려하다 보니 마음이 맞아지는 건지? 아니면 동시에? 어쨌든, 결과론적인 얘기라 하더라도 어떻게든 마음이 맞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인생에 있어서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이란 참 가지기 어려운 것이다.


우선 좋아해야 한다. 그걸 하고 있으면 행복하고 즐거운데, 그걸 통해서 돈까지 벌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쉽겠나... 이건 어찌보면 대한민국 사람들 중 10%가 안되는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맛있는 열매라고 표현하겠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일은 찾아지지 않는다. 아주 우연적인 기회로 인해 알게 되지 않는 한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낸 사람은 자신이 살아야 할 방향을 만난 것이기에 행복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면서 조금씩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이란 문구가 아직 남아 있다. 우선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일은 제외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하는 일은 아닌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자격증을 따는 것일 거다. 어려운 자격증을 딸 수록 벌이는 더 나아지겠지.


하지만, 나의 경우 '글쓰기'를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며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미래를 설계하는게 행복하다.


이 세 가지는 나만을 위한 행복 키트이긴 하다. 다른 분들은 어떤 키트가 필요할 지 궁금해지긴 한다. 아마 각자의 중요도에 따라서 그 내용물은 모두 달라질 것이다.


호기심이 많은 분들은 각자의 브런치, 각자의 블로그에 '나 자신의 행복 인생 키트'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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