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 제시단어 : 개업
[제단글 : '제시단어로 글쓰기'의 준말. 제시 단어를 앱(RWG)을 통해서 받으면 그 단어를 주제 또는 소재로 하여 글을 쓰는 것.]
- 앱 제시단어 : 개업
- 그림 : c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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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불황의 시대다. 모든 경제 지표가 아래로 향한다. 좋아져야 할 것들은 대부분 아래로 처지고, 올라가면 안되는 것들은 자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기 일쑤다.
이럴때, 개업이라는 저 단어를 던지는 나의 단어제시 앱(RWG)이 참으로 야속하다. 제단글을 계속 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를 여러모로 시험하는 얄미운 녀석이다. 뭐,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약간의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 나에게 새로운 단어를 제시하고 있으니, 그 정도 몽니는 참아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예전에 모두들 헬륨가스가 들어간 풍선 처럼 터질 듯한 희망을 안고 스타트업, 동네 구멍가게를 내던 때가 도대체 언제였는지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저 개업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귀중하고 희귀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
거꾸로, 요즘에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단어는 "임대" 라는 단어다. 웬만한 아파트 상가에서 한 집 걸러 보이는 단어이기도 하고, 몇년 전부터는 종로나 강남 같이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은 곳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단어. 한때, 꼬마빌딩 투자가 유행해서 너도나도 관련 영상을 보면서 "언젠간 나도" 사볼 수 있을 거라 희망을 품을 때가 있었는데, 세상 참 많이도 변하긴 했다.
물론, 이건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온 이후 세상은 정말 많이도 변하고 있다. 예전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장사를 할 필요조차 없는 세상이 되었다. 어떤 산업이든, 어떤 상품이든, 어떤 먹거리든 간에 컨텐츠가 섹시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면 인터넷 마케팅이 그들의 유통 무기가 된다.
인적이 드물어 보이는 오묘한 동네 1층에 가게를 내더라도, 그곳을 찾아 오는 손님들이 점점 많아진다. 공유 부엌으로 배달 장사를 시작하면, 내 사업장이 따로 없는 가운데서도 훌륭한 맛과 독특한 메뉴로 대박을 칠 수도 있는 시대다. (물론, 배달앱에서 수수료 논쟁이 붙은 건 악재라 하겠다) 좋은 상품이 있다면, 스마트 스토어로도 얼마든지 고객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요즘과 같은 시대, 즉 불황의 시대에는 흥망이 교차하는 것 같다. 오래되고 별 볼일 없어지고 더이상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오래된 산업이나 상품, 서비스는 점점 도태되고, 이런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고 새로운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창업을 하고 개업을 하는 것이다.
망하는 가게가 많아지는 것은 서글프지만, 거기서 얻는 사회적 교훈과 반면교사를 통해 새롭게 잉태된 새로운 가게가 많아지는 개업의 시대가 다시 다가오는 것이다. 시작과 끝은 통한다고 했던가. 누군가의 폐업은 누군가의 개업으로 이어질 거라는 세상의 이치는, 그래서 슬픔과 희망이 교차하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어찌보면, 그 덕분에 나는 집 근처에서 새로 개업한 소호 오피스를 하나 계약해서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 누군가의 개업에 올라타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모쪼록, 이런 불황의 시대에 다음 세상을 지배할 새로운 개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