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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익스피어 Jul 10. 2024

[제단글]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한다

- 앱 제시단어 : 약점

[제단글 : '제시단어로 글쓰기'의 준말. 제시 단어를 앱(RWG)을 통해서 받으면 그 단어를 주제 또는 소재로 하여 글을 쓰는 것.]

- 앱 제시단어 : 약점

- 그림 : c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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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의 일이다. 그때는 경영기획팀 2년, 영업기획팀 4년 총 6년 정도를 기획팀에서 일했기 때문에 업무 관련 교육을 받는 것도 모두 기획 관련 업무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책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회사 비전을 수립하고 방향 설정을 위한 고민의 일환으로 마케팅 관련 책을 읽을 때였던 것 같다. 어떤 제품이든지 간에 경쟁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그 제품들은 서로 닮아간다는 것이었다.


그 책에서 예로 들었던 것은 치약이었다. 치약이 상품화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초기 시장에서는 각 회사의 치약들은 서로 개성이 강하고 각자만의 강점과 약점이 뚜렷했다고 한다. 처음엔 격차를 벌리기 위해 각자의 강점을 더욱 부각하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강점을 부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으로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치약의 초기 시장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시장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말이 없지만, 내가 경험한 시장 중에서 비슷한 것이 있다면 아마도 스마트폰 시장일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카테고리를 선점한 것은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물론, 그 전에 PDA나 블랙베리와 같은 기기들이 없진 않았지만 멀티미디어와 인터넷을 포함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초기 모델은 아이폰인 듯 하다. 이후 여러가지 OS가 나왔지만 결국 안드로이드 진영이 그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ㄹ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는 처음엔 서로 무척 달랐다. 서로가 가지는 강점도 약점도 너무 달라서 사람들은 서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스마트폰을 사곤 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은 그 양상이 조금은 달라져있다.


아직도 애플 진영과 안드로이드 진영은 각자 그 소비자층이 나뉘어져 있는 것은 맞지만, 적어도 OS 측면에서 보자면 서로 비슷한 모양과 비슷한 기능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졌다. 애플의 강점이던 것이 어느새 안드로이드가 더 좋아지기도 하고, 그 반대의 현상도 보이기도 하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위에서 얘기했던 시간이 많이 지나 숙성된 시장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시장과 관련된 마케팅적 전략을 각 개인들의 생존 전략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라면, '작가'가 되기 위해서 나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고 시기에 맞는 전략을 사용해서 어떻게든 나라는 작가의 글을 어필할 수 있도록 해보는 그런 것 말이다.


호메로스 (chatGPT)

그렇게 볼때, 사실 '작가 시장'은 성숙 단계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오래된 시장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로부터 시작되는 서양 문학은 이미 그 시작된 시기가 기원전이다. 최소 2천년이 넘어간다. 그렇게나 긴 시간동안 명멸한 전세계의 작가들의 경쟁 속에서 나의 위치를 고민해보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자, 거꾸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깨달아 버렸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약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학의 역사라는 장대한 흐름 앞에 하나의 미세한 점이나 먼지가 현재의 나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의 세계는 각자의 삶의 궤적, 각자의 경험과 아픔, 절망, 환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각자만의 독특함이 결국 자신이 만들어 낸 작품 안에 살아있으면서 그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시대를 반영하고 일반 사람들보다 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글을 통해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작가의 역할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나 자신이 미세한 점이든 먼지이든지 간에 나를 작가라고 얘기할 수 있으려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시 말해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자신 만의 시각으로 세상에 대해서 얘기하고 인생에 대해서 얘기하고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내가 쓴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그렇고 그런 가십이 될 뿐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글을 통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금방 눈치챈다. 글 속에 작가의 지식과 지혜와 철학과 사상과 인성 그밖에 모든 것들이 담기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없이 글로 주절거리고 있다면 나의 바닥난 밑천을 독자들 앞에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일까? 예전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지 않았지만, 오늘 그 무게감을 한 번 더 체감하게 된다. 아무래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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