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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익스피어 Aug 04. 2020

아들의 안녕

일상의 끄적거림

최근 며칠간 열심히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은 8시 40분이 되서야 눈이 떠졌다. 그럴 만도 하지. 4시간씩 자는 강행군을 계속 할만한 나이는 이미 지나갔는데. 그걸 계속 지속한다는 건 꽤나 힘든 얘기다.


3살짜리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아내도, 어린이집에 가야하는 아들도 아직은 꿈나라. 모두를 깨우고 나서 씻고 있자니 밖이 영 소란스럽다. 


"니가 빵 먹고 싶다며!"

"시-로."


3살의 입맛은 사춘기 소녀의 변덕보다 심하게 흔들리나? 요즘 먹는 것 때문에 아내와 아들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자기가 정말 배고플 때만 뭔가를 먹는지, 요즘 아들 녀석의 얼굴도 약간 얇아진 것 같다. 원래 그런 때라는 얘기들을 듣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속타는 마음이 달래질 리는 없었다.



"시-로."

이번엔 또 뭐냐? 3살의 기저귀 갈기 싫어 운동이 시작됐단다. 고녀석... 


하지만 알고 있다. 저나이때 아이들은 다들 어린이집에 가기 싫고 엄마아빠랑 집에 있고 싶어서 저렇게 땡깡을 부린다고 한다. 그냥 보내기 안쓰러울 정도로 얼굴이 울상이 된 아들 녀석은 한껏 올라온 울음의 기운을 꾹 내리누르며 엄마에게 안겨 있었다. 울음을 참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었던 몇 방울의 눈물은 볼을 타고 엄마 어깨로 떨어졌다.


"아빠가 어린이집 데려다 줄께. 같이 갈까?"

"웅!"


나의 늦잠이 녀석에겐 선물이 된 것인가? 약간은 풀린 얼굴로 집을 나선다. 졸지에 온가족의 외출이 되기 시작한 아들의 등원길. 차에 태워 바로 옆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그래봤자 2분이면 도착하는 어린이집이다. 그 이후엔, 아내는 집으로 나는 회사로 헤어지는 길목이기도 하다.


"자, 도착했다. 아들, 오늘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아! 알았지?"


엄마에게 안겨 어린이집으로 가는 그 10미터 남짓한 인도에서, 아들 녀석은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아들의 얼굴에 헤어지기 싫은 기색이 가득했다. 계속 같이 있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작년 3월.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났다. 그 마지막 모습...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너무 괴로워 하셨다. 아버지의 고통이 너무 싫었다. 간호원을 불러 그들의 조치를 기다리며 난 펑펑 울며 절규했다.


"아버지, 제발 이 모든 괴로움 모두 잊고 우리랑 있었던 좋은 기억만 기억해 주세요."


삶의 마지막 순간이 그리도 괴로웠던 아버지께서는 그 순간을 어떻게 보내셨던 걸까.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내 마음이 너무 괴롭다.



내가 아들 녀석의 [안녕]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건, 그녀석이 내 마지막을 보게 될 가족이라는 걸 나도 모르게 떠올렸기 때문이리라. 그 녀석이 오늘 아침 보여줬던 얼굴에서 작년 3월의 나를 떠올렸기 때문이리라.


서로에게 그만큼 소중한 존재.

누구 한 사람이 빠져나간 빈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존재.

가장 힘든 순간에도 서로 손잡고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존재.


가족.


허망함, 안타까움, 아련함, 그리움. 이 모든 게 합쳐진 묘한 감정을 느끼며 오늘 아침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또한 인생이리라. 희노애락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인생. 그 중 하나인 것이다.


아버지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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