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2025)> 과몰입 오타쿠의 속편 망상 주저리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2025)>의 스포일러, 그리고 공식 설정이 아닌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영화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혼문(魂門)'이라는 단어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시피 '넋 혼(魂)'에 '문 문(門)' 조합의 글자인데요 (혹시 몰라서 중국어 자막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합니다. '문(門)'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공간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이죠. 그런데 셀린은 혼문을 두고 '세상을 지킬 방패'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황금 혼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악귀와 귀마를 영원히 이 세상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고요.
만약 혼문의 목적이 정말 그것이었다면, 애초에 단어가 '혼순(魂盾)'이나 '혼벽(魂壁)'이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셀린이 혼문의 본래 목적을 왜곡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다들 느낄 수 있다시피, 작품 속 '악귀'라고 하는 존재들은 사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두려움을 느끼고, 눈물도 흘리고, 좋아하는 것에 열광하기도 하죠. 그들이 인간의 영혼을 가져가는 이유도 귀마의 공포 통치 때문이었습니다. 악귀들이 가져가는 영혼들은 모두 귀마의 몫이었고요.
사실 생각해 보면, 귀신은 생전의 억울함 풀어달라며 지방 공무원 찾아가고 (장화 홍련), 도깨비는 지나가는 나그네 붙잡고 씨름하자고 조르는 한반도 정서상, '악귀'라는 개념 자체가 꽤 어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차라리 영화에서처럼 '귀마가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악귀 짓하는 것'이라는 게 좀 더 자연스럽죠.
그렇다면 저승의 존재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가정 하에, 귀마의 등장 이후 조선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요?
"너희들이 지금까지는 비교적 자유롭게 이승의 인간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귀마가 살아있는 이상, 너희가 악한 목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즉, 선량한 '혼(魂)'인지 불량한 '귀(鬼)'인지 판단해서, 악의가 없는 '혼(魂)'만을 통과시키는 관'문(門)'이 필요할 겁니다.
...네 맞아요, '혼문(魂門)'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귀마의 명령을 받고 이승을 해하려 하는 '악귀(惡鬼)'는 최대한 빨리 조처해야겠죠. 그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악령 사냥꾼, '데몬 헌터'인 거고요. 사실 '조선은 공무원의 나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공직 체계가 잘 잡힌 나라였으니, 데몬 헌터도 조선의 선출직 공무원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그다지 어색하진 않을 겁니다.
이런 배경 설정을 가정하고 나면 왜 셀린이 빌런이 될 가능성이 높은지 명확해집니다. 셀린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 '문(門)'이 아닌 '벽(壁)'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니까요. 그렇기에 모든 악귀를 향한 증오의 마음을 담아 헌트릭스를 훈련했을 테고요.
그러나 헌트릭스는 증오가 아닌 사랑의 힘으로 귀마를 물리치고 새로운 혼문을 만들어 냅니다. 셀린의 가르침은 틀렸다는 걸, 증오로는 귀마를 물리칠 수 없다는 걸 증명한 것이죠. 자, 그렇다면 셀린은 이제 어떻게 행동할까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할까요?
제 짧은 인생 경험상, 이런 부류의 인간은 대부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보다 세상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길을 선택하곤 합니다. 사실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죠. [수십 년 동안 지켜온 가치관 부정하기 vs 다들 악귀에 홀려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한다고 한탄하기]... 뭐가 더 쉬운 선택일까요?
그렇게 힘을 가진 자가 왜곡된 신념을 바탕으로, 스스로 '적'이라고 규정한 자들에게 힘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죠. 그리고 그 힘의 칼 끝은 인간과 악귀의 화합의 상징, 그 자체가 된 루미에게 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테고요.
여기까지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흠뻑 빠진 덕후1의 망상이었습니다. 1편에서 풀리지 않은 떡밥들을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지만, 오히려 그 빈칸을 오타쿠적 상상력으로 채워나갈 수 있어서 저는 아주 즐겁네요. 부디 저의 빈약한 상상력을 뛰어넘는 멋진 속편으로 돌아와 주기를, 그리고 제작자들에게도 그 노력에 합당한 대가가 주어지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