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불안을 아이에게 건네지 않기.

by 다정한햇살


첫째 아이는 독립심이 강하다.

초등학교 입학한 둘째 날부터,

혼자 등하교를 하겠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이 있지만,

그러라고 했다.


띠띠띠띠.

현관문 비밀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오는 시간에 들리는 전자음이 반갑다.



- 아들 왔어~

- 엄마~~ 왜 안 왔어..

- 응? 무슨 말이야?

- 밖에 비가 와.

- 진짜? 정말 몰랐어. 너무너무 미안해.

- 조금 슬펐어. 그래도 그냥 뛰어왔어.

- 아이고~ 잘했네. 잘했어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했을 때,

서러운 장면 중 손꼽히는 몇 장면이 있다.

그중 하나가 비 오는 날이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쁘셨다.

비 오는 날 학교에 오신 적이 없다.



누군가 한 명씩은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데,

혼자 비를 맞았다.

몸이 추운 것보다,

부모님이 오시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추웠다.

내게 비가 오는 날은 몸도 마음도 힘든 날이었다.






내 아이는 비 오는 날,

절대 혼자 오지 않게 해야지.

그랬는데..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날.

아무리 14층이어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가볍게 넘어가지 못하고,

괴롭고 아프게 다가왔다.

심호흡을 하고,

그때 생각난 그림책을 꺼내 들었다.

노란색 바탕에 한 여자아이가 신나게 뛰어간다.

제목은 이까짓 거!










비가 오는 날 주인공 아이는 우산이 없습니다.

주변 어른들이 우산을 같이 쓰자고 하지만,

엄마가 오신다며 거절합니다.

거짓말입니다.



작년 같은 반이었던 준호가 등장합니다.

준호도 우산이 없습니다.

준호는 갑자기 가방을 머리 위로 들고,

빗속으로 뛰어갑니다.



두 아이는 함께 비를 맞으며,

가야 할 길을 뛰어갑니다.

한참을 함께했지만,

결국 준호도 학원을 갑니다.



주인공만 남습니다.

그때 주인공이 빗속을 뛰어가며 외칩니다.

이까짓 거!



- 한결아 엄마가 사실 할 말이 있어.

- 응. 뭔데.

- 엄마가 어렸을 때, 갑자기 비 오는 날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바빠서 학교에 우산 들고 올 수 없었어.

- 슬펐어?

- 응. 그래서 오늘 비 오는데 한결이 마중 못 가서 정말 미안하고 슬펐어.

- 엄마. 나 조금 슬펐는데 이제 정말 괜찮아.

- 지금부터 하는 말이 더 중요해.

앞으로도 엄마가 한결이의 필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오늘처럼 채워주지 못하는 날도 있을 거야.

그럼 엄마는 한결이가 여기 나온 누나처럼 살면 좋겠어. 이까짓 거! 하면서 빗속을 뛰어가는 씩씩함 말이야.

- 알겠어. 엄마 그러니까 우산 이야기 그만하고, 보드 게임하자.







토요일 부모의 불안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불안을 가지고 태어난다.

부모로부터 불안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배운다.

부모는 아이에게 상황을 읽어 주고,

어떻게 해결하면 되는지를 설명해 줘야 한다."

-부부상담 수업 중 교수님 말씀


결국,

나는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다.

아이는 결핍을 경험하게 된다.

그 결핍과 상처가 아프고 두렵지만,

때론 그 결핍과 상처가 아이를 자라게 할 것이다.

내가 그랬다.



사랑하는 아들!

나의 불안이 너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너의 불안이 나 때문에 더 커지지 않도록.

엄마가 더 큰 사람이 될게.

이까짓 거!

소리치며 뛰어가는 씩씩함을 배울게.


그래도 아마 당분간 비 오는 날은 불안할 거 같아.

다음엔 꼭 마중 나갈게.

사랑해 아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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