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의 지점이 깊었던 EO의 인터뷰(1)
❝ 인생은 달리기 같아요
진짜로 너무 힘들어요 달리기는
"내가 미쳤지 이걸 왜 하고 있나"
막 이런 생각이 드는데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럴 거예요
같이 러닝 하는 사람들은-
저쪽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사람들을
이렇게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거죠
"저렇게 열심히 잘 달리고
나보다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은 저 사람도 속으로는
되게 힘든 사람이야
지금 당장 그만두고 싶을 거야"
"저렇게 멀쩡한 얼굴을 하고
빨리 달릴 수 있기까지는 진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달린 사람일 거야"
이런 생각을 해요
그게 인생에서 꽤 도움이 돼요
그래서 달리기를 좋아하는 거예요
내가 온전하게
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게 달리기예요
살다 보면 나랑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인데
나한테 타격을 주는 일들이 생기잖아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야 라는 게
되게 많은데 달리기는 그냥 나가서
내가 두 발로 뛰는 거잖아요
세상에 몇 안 되는 완벽하게 내가
컨트롤을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달리기예요 ❞
요새 내가 꽂혀있는 통제감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상을 다시 보니까 책 두 권이 머리에 쓱 스쳐간다. 두 권의 책은 후반에서 소개해야겠다. 깊게 읽고 싶고 또다시 푹 독서에 빠지고 싶어 진다.
❝ 너희 직업을 가지고
너희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꿈을 펼치고
뭐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그게 굉장히 특별했던 느낌이 들고
집에서 항상 클래식 음악 오페라를 들려주고
뭐 운동 같은 것도 많이 시키고-
그게 제가 자라고 나니까
어마어마한 자산이 됐구나 느껴요
그래서 아버지 덕분에
그 유명한 문화적 자산 아비투스
그걸 딱 얻게 된 거죠
그 부분에 대해서 되게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
빠지지 않는 클래식이 주는 문화적 교양. 이런 대목을 들으면 내가 하고자 하는 교육과 내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게 단순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힘이 생기고 의지가 끈적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그냥 아이들 입에 맛있는 솜사탕을 쏙 넣어주는 게 아니라 정말 영양가 높은 음식을 정성스레 먹여 주는 그런 기분이 든다. 나는 이 마음이 유지되고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노력이란 것만 하면 된다.
❝ 이게 되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해 본 적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그걸 생각하는 순간 재미가 확 떨어져요
그냥 재미있어서 해야 되는 거예요
그냥 이거 읽다 보니까 너무 재밌고
"어 이게 아귀가 맞네"
"오 이게 이래서 이런 거였어"
뭐 요렇게 나가야 되는 거지
"아 내가 하는 것은 인류의 뭐 기여를 하고"
뭐 이런 생각하면은
이제 딱 재미가 떨어지는 거거든요 ❞
너무 거창하게 각 잡고 뭔가를 하려 하지 말고, 내 마음의 호기심과 흥미, 재미가 나를 이끄는 곳으로 즐겁게 즐기면서 하자고 다시 다짐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해야 오래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거 같다.
❝ 정치학은 어떤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를 연구를 하는 거란 말이에요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이 세계는 아웃풋의 세계예요
그러니까 하나의 현상
결과물에는 항상 원인이 있어요
그런 거에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을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 원인을 파헤치게 되면서
이제 정치학을 공부를 하게 된 거죠
그런 걸 제일 재밌어하는 거예요
결국에는 정치학도 따지고 들어가면
사람을 공부하는 거예요
사람의 행동에서 이게 사회 행동으로 가고
이제 국가로 나오고 그러는 거니까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한 가지 원리로 설명을 할 수가 있겠어요
뭐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
내 안에는 여러 내가 있는데
어쩔 때는
내가 말하는 게 더 타당성이 있는 거 같고
어떨 때는
저쪽이 말하는 게 더 타당성 있는 거 같은데
서로 간의 다른 의견을 교환하는 거니까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어요 거기는
그래서 재밌는 거죠 ❞
사람의 행동이 사회의 행동이 되고, 그게 국가의 행동이 된다는 말을 의식하고 싶다. 그래서 계속해서 말하는 나 하나쯤이야 라는 태도를 경계해야 되는 것. 누군가의 무언가가 좋아 보여서, 그 좋은 것만 취하려고 할 때 우리는 허수를 두기 쉽다. 그 사람이 그 좋은 모습을 발현해 내기까지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그대로 구현하지 않았으니까.
모든 것이 한 가지 원리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조각조각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나온 결과인데 그중에 좋은 것만 취하겠다? 균형을 절대 동일하게 잡아갈 수 없지 않나- 모든 문제 상황은 절대 하나의 원인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걸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 줘서 이 영상 중 가장 꽂혔던 부분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석사를 하고
MIT에서 박사를 하신 분
미국에서 열심히 살아준 우리 언니 덕분에 내 인생에 UC버클리 출신의 찐친들이 많고, MIT생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다. 이건 나에게 굉장히 신선하고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준다. 그래서 더 김지윤 박사님의 이야기들에서 어딘가 내적 친밀감이 생기면서 더 재미있게 인터뷰를 감상했던 거 같다.
영상에서 굉장히 인상 깊었던 점은 근시안적으로 산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이었다. 근데 이 말은 맥락적으로 흡수해야 한다. 이후에 상당한 노력파라고 다시 자신에 대해 소개하셨는데 주어진 것에 굉장히 열렬히 최선을 다하신다는 것. "어쩌다 보니까 하게 된 일을 되게 열심히 해요" 이 대목이 우리가 배워야 할 지점이 아닐까?
머리 굴려 계산하고 이득과 손실을 따지며 장기안적으로 나한테 도움 되는 일만 쏙쏙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지금의 일, 어쩌다가 내가 하게 된 일에도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지금의 박사님을 있게 한 것.
그래서 유독 이 영상에서는 그녀의 허투루 하지 않는 태도와 집요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 무척 좋았다.
❝ 예를 들어 방송 활동 같은 경우도
대본을 받으면 단 한 번도 거기에 제가 다시
'어떻게 말하면 가장 좋을까'
'이렇게 하면 가장 잘 전달이 될 거야'라고
재구성을 안 해서 들어간 적이 없어요
저희 같은 전문가들을
방송 뉴스에서 불러서 코멘트 듣고 하잖아요
이게 한 10분에서 뭐 길어야 15분 정도거든요
질문이 한 10개 15개 정도 나와요
그러면 저는 답변을 다 써요
머릿속에서 정리를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
일단 다 쓰고 연습을 하고 그러고 들어가
일전에 제 동료였던
한 박사가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거 나가 갖고 받는 돈이 사실 얼마 안 되는데
너 시간을 거기다 뭐 하러 그렇게까지 낭비를 하냐"
뭐 방송사마다 좀 다르겠지만
뭐 한 10-15만 원-
많이 줘도 20만 원요 정도거든요
근데 성격상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저는
그래서 그거 하나 자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열심히 했어요
모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주어진 일이면
일단은 열심히 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고
그게 잘 되니까는 이제 계속 불러 주시고
그랬던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
어쩌다 주어진 것에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열심히 하는 사람인지. 내가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갖고 매진하는지. 그런 걸 돌아보기에 너무 흥미로운 에피소드다. "너무 희생하지 마라" ”너 거 하는 게 낫지 않냐” 이런 말을 꽤 듣고 살아온 편이라 이런 살아있는 에피소드는 나에게 정말 깊은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대체 내 거가 뭔데? 돈으로도 움직여지지 않는 게 신념과 철학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얻는 경험, 그게 쌓이고 쌓여 결국 내 실력이 되는 것.
❝ 제가 힘들 때 생각을 하는
그림이 하나 있어요
새가 개구리를 잡아먹는데
반쯤은 입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림을 보면 바깥에 개구리 다리만
이렇게 나와 있어요 머리는 들어가 있고
이 개구리가 새 목을 딱 잡고서는 조르고 있어요
이게 삼키지도 뭐지도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된 거예요 새 입장에서는
근데 그 그림의 제목이
"never ever give up"이에요
아주 옛날에 봤는데
지금까지도 조금 힘들 때는
그 그림을 생각을 해요
진짜로 이 인생이란 놈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모가지는 내가 계속 비틀어 놓겠다
끝까지 한 번 해 보자는 거죠 ❞
❝ 오기는 와요
우리가 바라는 만큼의 대박은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성과를 내면서
우리한테 기쁨을 주는 순간들은 분명히 와요 ❞
다시 보니 마지막으로 이 부분 참으로 좋았다.
소소하게 성과를 내면서 나에게 기쁨을 주는 순간들이 분명 있었는데 내가 바라는 만큼의 대박이 아니라서 격려해주지 못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됐다. 또 존경하는 인물로 링컨을 말씀하셨는데.. 나도 링컨의 정신력에 오랜만에 다시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을 쭈욱 재독 해야지.
이 영상을 보면서 떠올랐던 사회 과학 실험을 기반으로 이뤄진 명저들이다. 그녀의 인터뷰를 다시 정독하고 생각을 훑어보니 내가 왜 이 인터뷰가 좋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읽고 싶은 책도 더러 떠올랐고, 조금 더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 ㅎㅎ
여러분도 풀버전 꼭 봐보세요 :)
김지윤 박사님 편이 두 편으로 올라갔는데 다른 영상 속에서도 좋았던 부분입니다.
❝ 새가 이렇게 둥지에서 알을 품고서 깨어나게 되면 이제 먹이도 물어다 주고,
어느 정도 됐다 그러면 이 어미새가 아기새를 뭐 바닥에 놓는데요
그래서 이제 멀리서 지켜본다는 거예요
그 아기새가 결국엔 비상을 해서 날아가잖아요
그 순간이 아기새는 독립적인 존재가 된 거고
사실은 그게 가능해야만 얘가 새로서 살아갈 수 있는 거겠죠
그래서 엄마가 가장 기다리던 순간인 거죠
아기새가 비상을 하는 순간을
근데 그러고 나면 다시는 아기새를 못 본대요
그니까 이 순간은 엄마가 가장 기다리고 기뻐해야 되는 순간인데
또 엄마한테는 가장 슬픈 순간인 거죠
그 이야기를 되게 생각을 많이 해요
결국에 우리의 책임이나 의무는 제대로 된 성인을 만들어 주는 거거든요
그럼 성인이 되면 떠나가야죠
준비 중에요 그 마음가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