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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은의 공부장 May 31. 2024

천재라 불리는 디즈니와 번스타인의 연결된 영감 라인

클래식을 아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어른들의 움직임

번스타인의 청소년 음악회-


아바도가 나의 끝사랑 지휘자라면 번스타인은 나의 첫사랑 같은 지휘자랄까? 젊은 아바도와 번스타인이 같이 있는 사진은 왠지 모르게 뭉클해진다. 차이코프스키 5번을 하루에 다섯 번씩 들으면서 5시간이 훌쩍 지나고 부랴부랴 다음 스케줄을 가면서 그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의 20대-


번스타인과 아바도

 

우쌤달 클래식모임(일명 클래식팟)에서 번스타인 지휘의 차이코프스키를 함께 듣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휘자들의 삶의 이야기는 많은 귀감이 되곤 하는데, 특히나 번스타인의 정말 위대한 업적 "Young People‘s Concert" 는 클래식 음악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살면서 꼭 흡수해 볼 만한 양질의 교육 자료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때 격리 당하고 누워있는 3일 동안 감사하게도 영 피플스 콘서트를 정주행 할 수 있었다며- 번스타인은 천재라면서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정해서 50분 안에 딱 전달하고 청중들을 제대로 매료시킨 엄청난 기획자라며 흥분하며 얘기하던 예빈(독일에서 실내악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친구)이와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ㅋㅋ


어떤 블로그에서 너무 잘 소개를 해주더라-


문화적으로 유럽에 뒤지고 있다는 미국의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해 자국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려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여 만든 프로젝트 이때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황폐화되어 보릿고개로 밥도 못 먹고 있었던 시절인데, 미국 사람들은 이런 문화적 여유를 누리고 있었던 거잖아. 뿌리 깊은 그들의 문화적 유산이 너무 부럽다..


무려 14년 동안 총 53편의 에피소드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인문학적 음악적 경험을 총동원해서 정말 맛깔나게- 입반주를 하다가 피아노로 쳐주다가 오케가 같이 연주했다가 그런 퍼포먼스에 연도를 의심하게 되는 영상. 젊은 번스타인을 담은 흑백으로 시작해서 나이 들어가는 번스타인을 담은 칼라로 변하는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영상-


오케와 함께 저런 호흡이 어떻게 나오지..?


지휘자들의 리더십에 늘 감탄과 감동을 하게 된다.


그걸 14년 동안,, 미국인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 싶어서 자신의 재능을 풀어내고 헌신했다는 대목이 나에게 가장 귀감이 되는 부분이다.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된다.


1회 음악은 무엇인가


자막 없이 볼 때는 몰랐다가 교사들과 나눠야 해서 자막 있는 버전을 찾게 되고, 다시 1편부터 정주행 하다 소름 돋는 연결 지점을 느꼈었다. 이 순간을 어찌 또 그냥 넘기리. 번스타인의 설명들이 내가 아이들한테 디즈니 판타지아로 클래식 특강을 해주는 것과 너무 같은 맥락이었기 때문에.. ㅠㅠ (이러면 또 얼마나 감동인데요.. 그냥 만든 수업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더 원 없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함께 오니까요)


아이들에게 음악감상을 해주는 음악학원은 굉장히 많다. 근데 아이들의 클래식 양분이 잘 쌓이고 있나 봤을 때 '잘 쌓이고 있구나'라고 느껴지는 활동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느꼈다. 단발성을 더 많이 띄고 휘발된다는 느낌들이 많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소리만 들려주는 음악감상, 음악을 틀어주고 무언가를 만들게 하는 그런 음악감상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는 뭔가 아이들이 클래식을 깊이 즐기고 쌓아가기에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이건 순전한 나의 고집-


그래서 내가 클래식을 어떻게 즐기지? 하는 데에서부터 다시 출발했다.

나는 연주를 눈과 귀로 듣는다. 연주자들의 모션, 지휘자의 눈빛, 연주자들의 몰입 모든 것들이 어우러졌을 때 클래식이 주는 영감과 감동을 좋아한다. 그래서 좋은 연주를 선별해 스크린에 영상을 띄워주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근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나만큼 즐기지를 못하더라. 오케스트라의 모션은 나나 좋아하는 거지 아이들이 좋아하기에는 아직 빌드업이 덜 된 부분들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시 내가 클래식에 빠지게 된 처음은 언제였지? 를 생각해 봤다.


디즈니 판타지아였다. 그래서 나는 디즈니 판타지아로 아이들에게 클래식을 쌓아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근데 이 생각을 처음 했던 시기만 해도 나 스스로 디즈니와 클래식의 연결을 주장하기에 너무 명분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명분을 쌓았다.



기록을 보니 20년에 이 글을 쓰고 22년 여름에 특강을 만들었더라.


저 글 중에


❝ 베토벤의 6번 교향곡인 전원 교향곡의 장면으로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부분이에요. 저는 이 부분만 빨리 감기로 돌려서, 보고 또 보고 그랬네요. 페가수스가 날아가는 장면, 형제들과 같이 물에 빠지는 장면, 유유자적 헤엄치는 장면들이 베토벤의 음악과 어찌 그리 잘 어울리는지요..


어릴 때는 이 곡이 베토벤의 교향곡인지 그런 인식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가 음악을 전공하게 되고, 대학생이 되어서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정말 클래식이 너무 좋아지더라고요. 저는 다른 형식의 클래식보다 교향곡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 부분이 제가 교향곡을 좋아하게 만든 계기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라는 부분이 있다.


나는 판타지아 장면 중에 전원교향곡(베토벤 교향곡인지 모르고)이 나오는 부분을 가장 좋아했고, 그 좋아하는 마음이-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을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5-6살의 내가 아무것도 몰랐을 때도 너무 좋아했고, 10살이 되어서도, 중학생이 되어서도,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좋아했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의 실사례를 두고 우리 아이들이 분명히 좋아할 거라는 마음을 갖고 특강을 기획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아웃풋으로 나오기까지 2년.


앞으로는 이 시간들이 조금씩 더 당겨질까?




번스타인 청소년 음악회는 58년에 기획됐고, 판타지아는 40년에 만들어졌다. 번스타인 영상 속에서 베토벤의 전원교향곡과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 이야기가 등장하니 "분명히 디즈니 판타지아를 보고 영감을 얻었을 거야"라는 합리적인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클래식으로 자국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 싶다"는 그 마음이 "클래식으로 아이들의 교양 수준을 높이고 싶다"는 나의 마음과 어딘가 교집합을 느꼈다.


번스타인은 하버드 철학과를 나오고, 팝 음악도 굉장히 좋아하는- 또 굉장한 실력의 피아노 연주자이자 곡을 만드는 작곡가이기도 했다. 이 말은 같은 걸 설명하더라도 듣는 이로 하여금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번스타인 만의 무기가 굉장히 많았다는 이야기다.


나에게 있는 무기로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을 줘야지-


9:55
또 바이올린은 활을 튕겨 말발굽 같은 소리를 내죠

현악기 전체가 그러면 정말 말의 뜀박질 같죠


번스타인이 이런 멘트를 하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실시간으로 들려주는데 너무 황홀했다. 나 역시 디즈니로 나누는 특강으로 이렇게 디즈니의 장면에 클래식 악기들의 소리를 하나하나 연결하면서 아이들과 교감을 한다. 현악기의 반음으로 내려가는 연주가 몰아치는 바람 소리를 표현하고- 콘트라베이스의 격정적인 연주가 디오니스소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를 표현한다면서 말이다. 또 아기 페가수스의 날갯짓은 현악기가, 엄마 페가수스의 날갯짓은 관악기로 부드럽게 표현한 디즈니의 표현력을 아이들과 함께 공감하고 느낀다.


고작 1탄입니다.. 4탄까지 만들었어요!


10:27

그렇다면 왜 작곡가는 작품에 제목을 붙일까요?

그냥 '교향곡'이나 '3중주곡'이라 부르거나

아예 '작품번호 900번' 이렇게 불러도 될 텐데요


왜 '마법사의 제자' 같은 제목을 붙이는 걸까요?

음악적 중요성도 없는데 말이죠


그건 작곡가가 때때로 자극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읽거나 보거나 체험한 일을 통해서요


24:00

이번에 들어볼 음악은 이야기를 전하는 대신에

그저 보편적인 그림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6번을 예로 들겠습니다.

이 작품은 매혹적인 선율과 멋진 리듬이 가득합니다

역동성, 평화, 행복 등 다양한 정서가 느껴지죠


하지만 베토벤은 이곡을 전원 풍경과 연관 지었습니다

농부, 시내, 양치기, 새 등을 떠올린 거죠

그는 이 곡에 '전원'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시골 풍경을 뜻하죠


베토벤은 1악장 앞에 이런 문구를 남겼습니다
베토벤은 이 곡의 2악장에 '시냇가에서'라는 표제를 붙였죠

시냇물의 흐름을 묘사하거나 모방한 듯한 악절이 등장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림과 음악이 짝지어진 건
작곡가가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들을 보면 작곡가들이 정말 작가 같지 않은가?

책을 좋아하는 내가 교향곡을 좋아하는 게 너무나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악기보다 음악]이라는 책을 쓴 김연수 작가님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


클래식 음악을 안 들려주면

나중에 클래식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는 아이는 참 적은 거 같아요


클래식 음악은

그 시대를 거슬러 살아남은 음악이잖아요

오래도록 사랑받는 고전-


그래서 우리 아이가
40살이 되고 60살이 되고 80살이 돼도

아이 곁에 있을 거는 클래식 음악이라는(점에서 좋은 거죠)


가만히 둬도 그 시대에

유행하는 그런 유행가나 음악들은

아이들이 알아서 듣잖아요

그거는 일부러 찾아 듣지 않아도 되니까
클래식 음악을 엄마도 지금부터

관심 있게 아이에게 틀어주면서요 ❞


이런 의미에서 클래식을 아이들과 나누려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움직임이 참 좋다.



"언어를 배우는 건 문화를 배우는 것이다"라는 말이 왜 의미가 깊은가- 단순히 '언어'가 아니라 그 언어를 배움으로써 보고 듣고 느끼고 누리고 흡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더 풍족해지고 많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배우는 것 역시 그러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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