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ane Lee Aug 05. 2021

해보고 싶은 것만 많은 초보사장 ep03

많다고좋은 게아니더라

6개월 정도 지날 무렵 매출 구성에 있어 식빵류와 식빵 외 제품의 매출 비중에서 불균형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것은 굳이 매출을 보지 않더라도 당일 남는 재고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희 집 냉장고에는 제가 좋아하는 빵들로 가득 찼지만, 매장 입장에서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였습니다.



빵의 불균형의 한 축은 하드계열 빵이었습니다. 하드계열 빵이라 함은 저희가 팔았던 메뉴 중에서는 바게트, 깜빠뉴입니다. 당시에 저희는 통밀빵 1종, 깜빠뉴 3종, 바게트 1종, 그리고 이탈리아식 치아바타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치아바타는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깜빠뉴와 바게트는 정말 하드계열 빵을 좋아하시거나 비건 빵을 찾는 분들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구매율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지금이야 그래도 많이 대중적이 되었지만, 사실 그때 당시에 하드계열 빵은 제 개인적 욕심이 많이 들어가긴 했습니다.


제가 해보고 싶었던 아이템이라는 욕심 때문에 하드계열 빵을 계속 판매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과연 이 브랜드가 가야 하는 길은 어떤 길인지 고민하게 되었죠.


"좋은 재료만 넣고 만들었는데 왜 안 먹지? 

난 맛있는데 왜 안 사 먹지? 

메뉴에 이렇게 쓰여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아직 시간이 많이 안 흘렀으니까 좀 더 팔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자문자답을 하면서 스스로 합리화해보기도 하고 반대로 나의 역량이 부족해서 못 파는 것이라 자책도 해보았습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제가 선택해야 할 문제였습니다. 어찌 보면 대답이 정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매장을 운영한데 재고는 쌓여가고 생산을 위해 들어가는 재료비, 인건비 등 숫자로만 보면 당연히 빼야 하는 것이었지만, 개인적인 욕심과 미련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제빵사님과 메뉴의 변화를 주면서 추가로 가능한 제품들을 구상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무턱대고 있는 제품을 한 번에 빼버리면 당연하게도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 줄어들기 때문에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제빵사님이 저에게 그러면 어떤 빵을 더 넣고 싶으신 거냐?라고 물어봤을 때, 머라고 답을 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제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지금까지 판매된 제품들의 추이를 보고 결정하는 게 제일 현명하지 않겠냐는 것였죠. 하드 계열 빵이 안 팔린다기보다 역으로 식빵류가 월등히 잘 팔리는 것으로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잡은 독특한 사이즈의 식빵이 이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킥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제빵사님 입장에서 식빵류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일이 전보다 더 수월해지는 거였죠.

처음 이 브랜드를 만들 때, 나와 같은 고객들이 하나의 식빵을 온전하게 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초심에 가장 맞는 일이었던 것이죠.


물론 결정을 내리고 나서도 과연 잘한 일일까?라고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그 해답은 고객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먹고 싶은 것보다 다수가 원하는 것을 팔아야 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유로 저희는 대대적으로 제품 라인업을 수정하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직원들 입장에서는 제품을 만들기도 수월하고,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찾아오시는 손님들 역시 이 집은 이게 유명하다면서요 라고 찾아주시게 되었죠.

작가의 이전글 해보고 싶은 것만 많은 초보 사장 ep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