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이라고 했었나요
매장을 오픈할 때는 누구나 내가 파는 제품이 제일 맛있고, 누구보다 좋은 제품을 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첫 매장은 주변에 경쟁자도 없었고, 유동인구도 꽤 있는 곳이라 오픈하면서 자신감에 넘쳤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빵을 더 많이 사 먹을 것이고, 작은 평수의 한계는 다양한 종류로 커버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죠. 그도 그럴 것이 저에게는 언제든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빵사님이 계셨고, 제가 먹어봤을 때, 정말 맛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해당 브랜드의 모습과 1호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참 많이 달랐습니다.
식빵 4종류, 치아바타, 깜빠뉴, 쿠키 등 제가 외국에서 자주 보던 동네에 하나씩 있을법한 제품들을 망라한 라인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커피머신을 놓기에는 부족한 공간이라 그때 당시만 해도 많이들 하지 않았던 드립 커피를 메뉴로 넣었습니다. 빵과 커피는 땔 수 없는 아이템이라 생각하였고, 공간의 사이즈와 분위기로 보았을 때, 드립 커피가 좋을 것이라 생각했죠.
다양한 원두를 구비하고 드립을 할 수 있는 렉도 별도 주문하여 만들었습니다. 빵과 커피 내음이 가득한 매장, 제가 상상하던 동네 빵집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었죠.
그런데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커피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에 그래도 아메리카노는 보편화돼있었지만, 핸드드립 커피라는 것은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커피머신에 비해서 느린 속도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시는 손님들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손님이 적게 오는 시간에는 그래도 참고 기다리셨는데, 점심시간 직 후나 저녁 시간에 손님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커피를 취소하시는 손님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였죠. 그래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 손님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었겠지만, 테이크 아웃만으로 운영되는 매장에서 그만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결국 차츰차츰 손님들은 "아~ 이 집은 커피 늦게 주는 집"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그래서 한 달쯤 지난 시점부터 커피 매출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손님들도 적응하시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빵을 자르고, 한 편에서는 커피를 내리면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구조를 생각했습니다. 여유롭게 잠시 시간을 보내고 가셨으면 하는 컨셉이었으나, 실상과는 괴리가 있었던 것이죠.
오히려 직원들은 손님이 몰릴 때 한 명은 주문을 받고 빵을 자르고 포장까지 하다 보면 주문이 계속 밀리고, 커피는 커피대로 밀리다 보니 일의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도 시작한 거 손님들과 직원들이 적응할 때까지는 진행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저보다 커피를 많이 아시는 분들은 아실 수 있겠지만, 드립 커피를 빨리 내릴 방법을 저는 못 찾겠더군요.
3달 정도 판매한 드립 커피는 조금씩 매출이 떨어지는 게 보였습니다. 특히 피크타임에 커피 매출은 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운영을 하는 입장에서 계속 유지하기에는 원두의 로스도 생기고, 직원들이 일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인지라 저도 결정을 내려야 했죠.
예상하시겠지만, 해결책은 하나뿐이었죠. 커피를 메뉴에서 빼는 것.
그냥 커피를 빼기에는 먼가 아쉬운 마음도 들고 해서, 추후에 음료 메뉴를 넣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커피를 메뉴에서는 빼버리되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께 서비스로 내려드리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손님들과 직원들의 만족도는 올라가더군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향 좋은 커피도 즐길 수 있다 보니 짧은 시간이지만, 조금의 여유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소량의 원두를 쓰게 되다 보니 비용도 줄어들고, 만족도도 높일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음에 다시 한번 잘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의 포인트를 잘못 잡았던 것이 커피가 메뉴에서 빠진 큰 이유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