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요?
정신없이 준비했던 저의 첫 매장은 흔히 말하는 "오픈빨" 덕분에 완판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원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있었던 자리였고, 공사 기간 동안 베이커리 오픈 현수막을 걸어 놓은 덕분에 지나가던 손님들을 자연스럽게 유입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보다 공사를 시작하면서 현수막을 잘 이용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매장을 오픈하기 전 가장 먼저 알릴 수 있는 쉬운 도구이기 때문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많이 알려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요?
매장을 오픈하고 초반에는 신입사원이 회사에 첫 출근해서 정신없이 지내는 것처럼 시간이 순삭 해버리더군요. 지금도 매장을 오픈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정말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하고 오픈하더라도 막상 오픈하고 나면 왜 그렇게 부족한 부분들이 계속 생기지 싶습니다.
혹시 빵집을 차릴 때 어떤 장비들을 사야 되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대략 설명 드리면
2매 3단 데크 오븐, 발효기, 컨벡션 오븐, 테이블 냉동, 냉장고 2대, 스탠드 냉동고 2대, 트레이 랙, 반죽기
그리고 자잘한 도구들 - 반죽통, 빵 트레이, 빵 틀, 스테인리스 밧드, 주걱 등
커피는 1호점에서 드립 커피랑 더치커피를 판매했기 때문에
전동 그라인더 2대, 자체 제작한 드립 랙, 핫 디스펜서, 정수필터, 제빙기, 더치커피 메이커였습니다.
만약 커피머신이 들어간다고 하면, 다들 아시겠지만 혹시나
커피머신, 그라인더가 추가로 들어가면 되겠죠.
새 제품만 사야 하나 중고로 해도 되냐 고민이 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1호점을 예로 말씀드리면,
일단 저는 중고를 우선순위로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비용 부담이 많이 되고, 줄일 수 있다면 줄이는 게 맞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황학시장도 돌아다니고, 건너 건너 빵집 하시는 분들에게 수소문해서 중고 전문 업체들도 물어보고, 현장에 제빵사님이랑 같이 가서 제품 상태 확인하고,
제조사에 A/S 가능한지 확인하고,
비용을 줄이려면 열심히 발품 파는 거 외에는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 많이 사용하지 않은 돌 오븐을 구매하였고, 발효기 역시 중고로 구매했습니다.
컨백션 오븐은 중고 매물을 마땅하게 못 구해서 새 제품을 구매했고, 냉장고, 냉동고는 중고로 구매했어요.
물론 오븐은 초반에 고장이 좀 나긴 했는데 그래도 오래도록 큰 문제없이 잘 사용했습니다. 모든 중고제품을 구입할 때와 마찬가지로 진짜 꼼꼼하게 많이 따져보시고 사셔야 해요.
인력은 고급 제빵사 1명, 제빵 보조 겸 중급 제과 파트 1명, 판매 겸 커피 2명이었습니다.
이 정도에 인력이 꼭 필요한 거냐 물으신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1인 매장으로 운영하셔도 되고, 제빵사 한 분만 고용해서 진행하셔도 괜찮습니다.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처음에 많은 리스크를 가져가는 게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본인이 커피를 할 줄 안다고 가정한다면 빵을 담당하실 분 1분과 시작하는 게 제일 안전한 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가 매장에서 일하지 않았고, 테이크 아웃 전문 매장이다 보니 빠른 판매를 위해 판매에서 최소 2명의 인력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초반에 맛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안되기 때문에 고급과 중급 제빵사 분을 고용하였고, 추후에 매장을 운영하는 과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지만, 제빵 인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초급 제빵 인력을 추가 고용하였습니다.
그러면 또 드는 생각이 빵을 배우는 게 좋을까요? 일 텐데요. 저는 본인이 만들지 않더라도 무조건 배우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너무 전문적으로 배울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최소한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 기본적인 빵 배합 등을 알고 계신다면 같이 일하시는 분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되신다면 꼭 배우시라고 말씀드려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내가 파는 제품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손님들에게 더 쉽게 설명드릴 수 있을 테니까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단 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오너라면 선무당보단 더 공부를 하시겠죠?)
저도 빵을 직업으로 만드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빵 학원도 꾸준히 다니고, 같이 일하시는 분들 귀찮게 하면서 빵을 어떻게 만드는 건지, 국내외 서적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들을 많이 여쭤봤었습니다.
그래서 아~ 빵은 이렇게 만들어야 되는구나를 알게 된 거 같아요.
매장을 오픈하면서 매장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께 꼭 지켜줬으면 하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도 제 매장을 할 때나 누군가의 요청을 받을 때
테스트 재료 아끼지 말고,
제품에 재료 아끼지 말고,
직원들 연습하는 재료 아끼지 말고,
손님들한테 서비스로 드리는 거 아끼지 말고,
내 가족에게 준다 생각하고 마음껏 드리세요.
라고 말씀드립니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손님이 드셨을 때 만족하셔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 보는 제품들은 당연히 먹어보고 사는 게 맞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의 스킬이 올라가는 것이 매장에게도 당연히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언제든 편하게 연습하고 공부하는 분위기가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항상 매장을 오픈할 때나, 새로 들어오는 친구들에게 꼭 저렇게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