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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Nov 19. 2015

일상 생활에서 행복을 경험하는 법

따뜻해져라, 얍!

#
요 며칠 상해에 비가 참 많이 내린다.

과외하는 학생네 아파트 단지를 걷다가, 저기 우산도 없이 후드를 뒤집어쓰고 터벅터벅 걷고 있는 꼬마 아이 한 명을 발견.

몰래 다가가 같이 우산을 쓰고 한참을 같이 걷는데도, 내가 옆에 다가와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땅만 쳐다보면서 걷고 있다.
아니, 울고 있다.

안 그래도 비에 다 젖은 양팔 소매를 번갈아가며 눈물을 훔치는 아이.

기껏해야 7살 정도 되었을텐데.

무슨 서러운 일이 있었길래,
어둑어둑한 이 비내리는 오후에 혼자 비를 맞으며 걷고있을까.

저 어린것이....
나도 마음이 아파온다.

꼬마는 내가 옆에 다가와 우산을 씌워줬는지도 끝까지 모르고 슬픔에 잠기어 내가 가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이야,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아프지 마렴. 힘내, 토닥토닥.'


마음속으로 이름도 모르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축복한다.



#
이 아파트 단지 내에는 버려진 하얀 고양이가 살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오드아이, 장모종 터키쉬 앙고라.

워낙 뼈대 있는 비싼 집안 아이라, 버려졌을거라는 상상도 못하고 고양이에게 '엄마 어딨니? 너 왜 여기있어, 집 어디야?' 라고 말을 걸었는데.

지나가던 어느 한국 사람이 '몇 년 전에 어떤 한국 사람들이 귀국하면서 버렸어요.'라는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우쮸쮸 우쮸쮸' 하며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아이에게 말을 건네는데, 경비 아저씨가 다가와 단지 내 사람들이 다행히 꾸준히 사료도 주고, 겨울을 날 수 있게 박스도 구비해준 덕에 5년동안 길냥이 생활을 기특하게 잘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전주인이 살던 터전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하얀 털옷이 살짝 꾀죄죄하긴 해도, 터키쉬앙고라 답게 너무나 시크하다. 먼저 다가와 발라당 누워 골골송을 부르면서도, 정작 쓰다듬으면 내 손을 '앙' 하고 문다ㅠㅠ


과외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사랑아~' 라고 조용히 불러본다.(미처 인도에서 데리고 오지 못했던, 내가 전에 기르던 고양이 이름.)

미리 가방 속에 챙겨둔 간식을 꺼내면, 어김없이 야옹거리며 다가오는 이 녀석.

오늘은 비가 내려서 홀딱 젖어있다.

나는 또 쪼그려앉아 이 녀석과 우산을 나눠쓰고 아이가 먹는 모습을 구경한다.

간식을 다 먹으면 휑 하고 떠나던 아이가 오늘은 야옹 야옹 거리며 엄청 부빈다.


아이의 뺨과 턱을 만졌는데, 전에는 앙칼지게 물더니만..

오늘은 꾹꾹이까지 하는 이 아이..

집에 있는 우리 애기도 잘 안하는 꾹꾹이를.... 얼마나 사람 손이 그리웠으면. 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미어진다.

'나, 갈게. 또 보자.' 한참을 뒤돌아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가던 길을 꾸역꾸역 간다.




#
집이 멀어서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가야하는데, 마침 한 정거장 뒤에 내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려서 자리가 생겼다.

게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끝좌석, 아싸ㅎㅎ

편하게 앉아서 책을 꺼내 읽을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이어폰을 꼽고, 노을의 마지막인 것처럼을 들으며 한 페이지쯤 읽었나.

이어폰 너머로 피리소리가 들린다.




노부부가 바구니를 들고 다가오지만, 전혀 구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정말 아름다운 피리 소리였으니까.

1유엔을 꺼내 바구니에 넣자, 씨에씨에 하시는 할머니. 주름지고 거친 할머니 손이 너무 존경스러워 보인다.

'真好听。정말 듣기 좋네요.' 라고 말씀드리며 우린 함께 미소지었다.



#
아, 피리소리를 듣고보니 깜빡했던 사실이 있다.

얼마 전 큰맘 먹고 타오바오에서 플룻을 주문했는데, 워낙 불량이라 '역시 악기는 인터넷에서 사면 안되겠군.' 하며 반품을 시켰었다.

타오바오 플룻가게 아저씨는 반품 택배 비용을 나에게 부담하게 시켰으며, 며칠 동안이나 환불을 해주지 않았으며, 불친절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나에게 부당한 반응을 하는 아저씨에게 항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확인해보니 환불이 되어있지 않았다.


   

결국은 타오바오 소비자센터에 연락을 하게되었는데.

상담원이 너무나 친절하셨던 것.


환불을 하지 않을 시에 판매자에게 적용되는 불이익을 플룻가게 아저씨에게 전달시키고 나니, 아저씨는 1분만에 즉각 환불 처리를 해주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반품 택배비를 받지 못했기에, 이런 판매자의 만행과(?) 불친절한 태도에 대해서 소비자 고발을 계속 진행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씨가 너무 예쁜 상담원 언니 덕분에 마음이 눈녹듯이 풀려버렸기에 그만 두기로 했다.



고맙다는 말,

수고가 정말 많다는 말,

판매자가 비록 나쁘지만 당신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는 말,

당신이 누구인지 꼭 기억하겠다라는 말.

잘 자라는 인사까지.


헤헤, 플룻아저씨 땜에 살짝 상했던 마음이 다시 따뜻해졌다.




침대에 누워 이것 저것 끄적이며, 제자가 올린 모멘트에 답을 달아준다.





철이 없고, 가끔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가 있어도.


사실은 마냥 귀엽다ㅎㅎㅎ



사춘기가 잘 지나가길 바란다고, 잘 자라게 해달라고 살짝 기도한다.






#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간다.



난, 어제보다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비록 나라는 사람은 눈치 없고.

길도 헤메이기 일쑤이고.

실수 투성이에다가

울기까지 많이하는

실없고 성숙하지 못한

어리버리 스더지만.

 

난 왠지 사랑하며 살고싶다.

 

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 일지언정 진정 축복할 수 있는 그릇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수 없는 삶을 위해, 후회 없는 삶을 위해,

혹은 남들에게 완벽하게 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쓰며 살아간다지만,

 

난 내 모습 비록 이럴지언정,

이 모습 이대로,

작은 것에 호들갑떨며 기뻐하고, 더 많은 사랑을 하고, 더 많은 행복을 나눠주고 싶다.


오늘도 이렇게나 내 주변에는 행복이 가득한데.

당장 가지지 못하는 그 것을 위해 내 마음에 불안을 허락하기는 싫다. 슬픔이 나를 함부로 덮치게 허락하기는 싫다.


사랑하기도, 감사하기도.


인생은 너무 빨리 흘러가고 있다.

 


 

 

#

사랑은 감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늘도 나를 믿어주셔서, 부족한 나에게 오늘이라는 기회 안에 숨을 쉴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

 

내 인생에 4계절을 주신 것에 대한 감사.

희망이라는 봄.

고통과 수고의 여름.

추수와 풍성함이 가득한 가을.

고독과 허무..그리고 고요한 겨울.


누구나 밤을 싫어하고, 누구나 추운 겨울을 싫어하지만. 내게 밤과 겨울이 없없다면

결코 하루와 일년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결코 내 인생을 죽을때까지 완전하지 않을 것이다.


한 없이 이렇게 흘러 가겠지만.

 


조용히, 그리고 담담한 감사함으로,

어느 계절이 오던지 난 잠잠히 그분만 바라고 싶다.


눈에 보이던 보이지 않던..

난 이렇게 어느 때나 사랑을 꿈꾸고 싶다.




사실, 난 오늘도 내 꿈을 이뤘다.

어제보다 더욱 사랑.


나는,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더 좋다.




내일도 사랑하며 살겠다.

내일도 감사하게 살겠다.

 

내일도 이미 행복한 사람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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