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건 남을 위해서가 아니다.
화내는 건 나를 위해서이다.
프랑스에서 같이 유학을 하였던 친구들이 있다.
우리는 다 같이 시간을 맞춰 스톡홀름에 여행을 가려고 저가항공 티켓과 숙소를 예약하였는데,
비행기 표를 예약하는 담당 친구가 달력을 잘못 보아 날짜를 잘못 입력하여 표를 예약하였다.
날짜가 잘못 입력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리의 여행 계획은 무산이 되었다. 그러나 티켓비를 날렸다고, 누구 하나 친구를 나무라지 않았다.
가장 속상해하는 친구는 티켓을 예약하였던 친구 본인일 테니까 말이다. 본인 실수의 책임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뭐라고 혼내지 않아도 충분히 고통스러워할 테니까 말이다.
오히려, 풀이 죽어있던 그 친구에게, 우리 막내 룸메이트가 이렇게 말하였다.
"언니, 여행을 가지 않아도, 우리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고 다행이에요!"
프랑스에 가기 전, 나는 정말 열심히 집을 알아보았다. 위에 티켓을 잘못 예약한 친구와 함께 지내기로 하고 Western Union Bank로 보증금을 부쳤는데,
먼저 출국하기로 하였던 내가, 그 집이 비행기가 뜨기 세 시간 전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사기를 당한 것 까지는 괜찮은데..
열심히 집을 알아보았던 나를 믿고, 같이 보증금을 냈던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여 눈물이 줄줄 나왔다.
그런데 이 친구가 말하였다.
"언니, 나는 언니를 만난 것이, 같이 생활한다는 것이 보증금보다 더 가치 있고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는지..
나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친구들이 애틋하고 참 사랑스럽다.
그때 그 사건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잘못한 상대에게 무작정 화를 낸다고 해서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화를 내는 건 나를 위함이지, 결코 남을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수를 하는 존재다.
만약, 내 주위 누군가가 자신의 실수에, 자신의 책임에 많이 아파하고 있다면, 충분히 속상해하고 있다면.
"왜 그랬어!!"라고 탓을 하며 화를 내기보다는,
"괜찮아?"라고 먼저 말해줄 수 있는 내가 되길, 우리가 되길 바라본다.
Ps. 단, 적반하장으로 날뛰는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 전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