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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더언니 부부 인터뷰

실전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짤막한 소개

by 스더언니

예전에 했던 인터뷰가 오늘 메인에 떴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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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 윽ㅠ




처음 예상했던 인터뷰보다는 다르게 나왔지만,

그래도 저의 별거 아닌 이야기들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생기는 것 같아, 신이 나고, 앞으로 더욱 잘하고 싶은 생각이 커요.


앞으로도 잘 쓴 글보다는 좋은 글 쓰려고 합니다.







이하, 실제 인터뷰 내용 전문 :





Q 부부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두 분의 성함과 나이 그리고 하고 계신 일이 궁금합니다. 두 분의 결혼 일자는 언제일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른 중반, 신랑은 서른 초반으로 연상연하 커플입니다.

18년 동안 해외생활을 하며 ‘스더 언니’라는 필명으로 작가, 미술 칼럼니스트, 배우, 모델, 뮤지션, 비즈니스 통역사, 국제행사 기획자, 국제학교 코디네이터 등 N잡러로 활동하였습니다. 2018년 한국으로 귀국한 뒤, 패션 기업에 해외 비즈니스 팀으로 입사를 하였는데요. 패션 디자이너인 저희 남편을 만나 사내 커플이 되어 작년 9월에 결혼하였습니다.

현재는 부부가 함께 리빙 편집샵 오픈을 준비 중입니다.





Q 블로그에 남편 분께서 매일 아침 책상 위에 따뜻한 두유를 올려 두셨다고 쓰셨던데요. 두 분이 사랑에 빠지신 계기를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또 두 분은 언제부터 사귀기 시작하셨을까요?

다국어를 하고,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여 화려해 보이는 저의 오랜 해외 생활 뒤에는, 사실 늘 외로움이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저도 남편을 만나기 전 꽤 많은 연애를 하였으나, 어느 누구도 제가 쓴 글을 읽고 ‘삶의 본질’에 대하여 같이 고민해준 적이 없어요. 저에게 꽃을 사다 주거나, 손편지를 써준 적도 없죠.


늘 뜨겁게 구애를 하였어도 이내 식었고, 사랑한다고 하였지만,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방식대로만 사랑하였죠.

‘뜨거운 것은 잠시지만, 따뜻한 것은 오래간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따뜻한 사람이 저의 이상형이 되었어요. 저의 이름을 부르는 그 순간에도 따뜻함이 묻어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제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해하는 다정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출근을 하면 제 책상에 따뜻한 두유가 놓여 있었어요. 제가 아침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여 따뜻한 두유를 가져다 놓았던 거죠. 튤립, 장미, 칼라. 예쁜 꽃도 때마다 놓여있었습니다.


저는 살면서 남자에게 꽃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손수 쓴 연애편지도 누가 볼까 봐 몰래 읽었어요. 아침마다 두유나 꽃을 놓으려면 누구보다 제일 먼저 회사에 나와야 하는데, 그걸 매일 했다니. 사람이 그렇게 성실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제가 그토록 원했던 따뜻한 사람. 그래서 넘어갔죠^^




Q 남편 분과 결혼을 결심하신 이유가 뭘까요? 남편 분은 어떤 사람일까요?

입사 첫날, 하필 회사 대청소 날이었어요. 모두가 열기조차 꺼려하는 냉장고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배달음식 찌꺼기, 구더기가 잔뜩 묻어있는 빵을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아무렇지도 않게 담더라고요. 회사에서는 마냥 무뚝뚝한 대리님인 줄로만 알았는데, 회식 장소 구석에서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에게 껌을 사는 모습을 보고 ‘참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도 남편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추운 날씨에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의 전단지는 꼭 받고, 요리하는 저를 뒤에서 가만히 안고 고맙다고 해주고, 제가 외출할 때면 저의 신발을 신기 좋게 돌려주고,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도 묵묵히 치워주고, 떨어진 단추도 직접 달아주고 다음 날 제가 입을 옷도 저보다 더 잘 다려줍니다.


‘너만 볼게’라는 뻔한 말을 하지 않고, 당장 옆을 지나가는 예쁘고 섹시한 여자에게 눈을 한 번도 흘기지 않았어요. 거짓말하지 않고, 어느 순간에도 무례하지 않고, 잘못을 해도 잘못을 곧 인지하여 더욱 조심할 줄 아는 사람. 저의 글을 읽고 저의 모든 아픔을 안아주고 같이 울어주었던 사람. 이런 사소한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제가 그렇게나 찾아 헤매던 따뜻한 사람이 저의 남편이 되었어요^^





Q 블로그에 쓰신 연애 상담 글 중에 ‘백마 탄 왕자는 없다’는 내용이 있던 데요. 어떤 의미일까요?

보통 여자들의 이상형은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키가 커야 하고, 꼭 재벌이 아니더라도 내가 일하지 않아도 나를 먹여 살릴 만큼의 돈은 벌어야 하죠. 게다가 나에게 다정해야 하며, 다른 여자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


아마 어릴 때부터 보았던 동화와 드라마에 세뇌되며 자라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어느 날 나에게 유리구두를 들고 운명처럼 찾아올 왕자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거죠. 저희가 흔히 아는 모든 동화와 드라마에는 그런 왕자와의 결혼식 장면이 해피 엔딩으로 쉽게 장식되는데요.


안타까운 건, 신데렐라, 인어공주,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자들의 권력과 지위는 묘사되는데, 인격과 성격은 잘 묘사되지 않아요.


집집마다 구두를 들고 집요하게 신데렐라를 찾아 헤매는 왕자가 혹시 스토커에 유리구두라는 페티시를 가진 변태였을지 누가 알겠어요. '어디서 저런 애를 데려와!!'라고 구박했을지도 모르는 신데렐라의 시어머니와, 백설공주에게 "난쟁이들과 사는 동안, 정말 아무 일도 없었소?"라고 묻는 왕자의 의심 따위는 절대 나오지 않죠.


실제 인생과 연애는 이런 것들 때문에 울고 웃는데 말이에요.


이 세상에 결국 ‘완벽하게’ 백마를 탄 왕자는 없다는 것이죠. 왕자라는 신분과 같은 외적인 요소에 끌리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이에요.


로맨틱한 상황이 그(녀)를 왕자(공주)로 보이게 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매일 맞이해야 하는 ‘함께’라는 현실인데, 그 현실에서마저 그는 혹은 그녀는 왕자인가, 공주인가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Q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교회,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는 청란 교회에서 결혼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청란 교회는 얼마나 작은 교회일까요? 청란 교회와 결혼식을 올리신 주변 환경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저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장식 빨리빨리 결혼’이 많이 이상해 보였어요.

제 프랑스 친구는 남자 친구가 없는데도, 벌써부터 결혼식 컨셉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정해 놓았더라고요. 할머니의 와인 농장을 열어 며칠 동안 파티를 할 건데, 미래의(?) 신랑 친구들을 시계 토끼로 만들기 위해, 저와 쇼핑할 때 목걸이 시계를 찾아 헤맸었죠. 또 제가 살았던 인도에서도 결혼식은 기본 3일에서 일주일까지 잔치가 벌어지는 것이 아주 흔한 일이었어요.

물론 한국에서는 와인 농장을 찾기도 힘들 테고, 3일 동안 주구장창 파티를 열기도 힘든 환경이겠지만, 제 결혼식에서만큼은 결혼식의 본질을 꼭 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드레스나 메이크업이 어떻냐, 생화냐 조화냐, 호텔이냐 일반 웨딩홀이냐. 예물이나 예단은 이렇더라. 이런 모든 것 보다, 저를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고, 축복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예식, 결혼식은 그런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신랑의 외삼촌께서 담임 목사님으로 계시는 교회에 가보았는데, 아니, 와인농장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곳이 한국에 있을 줄이야.


죽기 전 꼭 가봐야 하는 10대 교회,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입니다. 계란 모양으로 지어진 그 작은 곳에서 ‘가족’이라는 큰 사랑이 태어난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요. 내부는 아주 작지만 여기서는 마이크도 필요 없이 오직 공명으로 인하여 산 꼭대기까지 울림을 줄 수 있다고 해요. 작은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 탄생하듯, 가족이 탄생하는 예배당, 오직 가족을 위한 예배당. 작지만 큰 사랑의 울림이 시작되는 곳.


이보다 더 결혼의 본질을 담은 장소가 있을 수 있을까요? 바로 여기다!!라고 외쳤어요.
* 주의 : 가족이나 교인이 아닌 외부인의 결혼식은 일체 진행되지 않으니 참고 바랍니다. *







Q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혹은 결혼식 도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결혼을 준비하면 많이 싸운다고 하는데, 저희는 싸울 일이 전혀 없었어요. 저는 진작부터 신부인 제 자신이나 혹은 결혼식이 예쁘게 보이는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오신 하객 분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결혼식을 준비했기에, 꽃 장식도 생화로 하기보다 조화로 택하였고, 그 흔한 에스테틱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죠.


다만, 저희는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 폐백 대신 양가 부모님과 어른들을 모시고 가족끼리 성찬식을 진행하였어요. 한 가정이 바로 서려면 양가 부모님과 어른들에게서 재정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전히 독립되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시작하는 이 가정이 온전히 독립됨을 인정하고 선서하고 약속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어른들께서 한자리에 모여 진정으로 축복하시고 손을 뻗어 다독여주시고, 온전한 어른이 되었다고 선포해주셨던 그 따뜻한 온기와 분위기. 정말 특별했어요. 도우미 이모님은 그동안 수많은 예식을 다녀봤지만, 이런 감동적인 의식은 처음이셨다면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Q 결혼식에 참석하신 주변 분들 반응은 어땠을까요? 하객은 몇 분이나 오셨을까요?

300분 정도 참석하셨습니다. 야외 결혼이라 비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날씨도 너무 좋았고 주변 자연환경이 푸릇푸릇해서 동화 같았다 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또한, 저를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편지를 읽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선교사이신 부모님을 따라 14살부터 시작된 이민 생활, 한 달에 한 번 이사 가야 하고, 학교도 돈이 있으면 가고 없으면 못 가고, 남들처럼 먹고 싶은 것 다 먹지 못하고, 좋아하는 피아노도 팔아 못 치게 되고, 박스가 장롱이 되었던 그 모든 삶. 세상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엄마 아버지가 너무 위대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그 삶을 통해서 지금 죽어도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나도 이제, 그렇게 살려고 해요. 남들처럼 알콩달콩 사는 것,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나의 인생의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게 살게요. 작게나마 빛으로 사는 것을 우리의 목표로 할게.”



미리 준비했던 편지를 덤덤하게 읽는데, 하객 분들 중에 오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히려 제가 죄송할 정도였어요.


‘예쁜 것’ 보다, ‘아름다운 것’이 더욱 마음에 오래 남잖아요. 저희 결혼식이 아름다웠기에, 결혼식에 오셨던 분들이 ‘나도 이렇게 감동적으로 결혼하고 싶다.’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Q ‘결혼을 하려거든 웨딩 박람회를 가라’고 쓰신 부분도 인상적이던데요.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연애와 관련한 글을 쓸 때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여자가 가지고 있는 흔한 ‘결혼 로망’을 이용해서, 여자에게 대시하는 못된 남자들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아요.

예를 들어, “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우리 결혼하면 하와이에서 결혼하자.”, “우리 부모님 언제 뵈러 갈래?” 여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이런 말을 쉽게 던지는 거죠.


그러면 여자들이 “아, 이 남자가 나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하고 많이 설레죠. 그런데 이런 말들을 쉽게 던져놓고, 실제로는 결혼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남자들이 정말 정말 많답니다. (완전 정색)

진심일 수는 있는데, 전심이 아닌 거죠. 그런데 여자는 그 이야기를 전심으로 믿고 ‘이 남자가 나에게 언제 프러포즈를 하나.’ 라며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남자들의 본심이 나와요.

“우리 부모님이 너 보고 싶어 하셔. 언제 뵈러 갈래?” 하고 여자가 먼저 말을 꺼낼 때나, “웨딩 박람회를 가자~!”라는 제안을 했을 때에, 남자의 반응을 보면 말로만 결혼을 외치는 건지, 아니면 진짜 결혼을 원하는지 알게 됩니다. 남자가 “우리 빨리 결혼하자!”라는 말을 해놓고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면, 전심이 아닌 경우가 커요.

실제로, 연애 중 저에게 결혼을 하자고 했던 남편에게 “우리 그럼 웨딩 박람회 갈까?”라고 물었을 때, 남편은 너무나 좋다며 함께 갔고, 그 날 바로 ‘스드메’를 계약하게 되었어요. 제 사촌 여동생들에게 이 방법을 추천해줬더니, 두 명 다 남자 친구를 웨딩 박람회에 데려가 결혼식 날짜를 바로잡게 되었습니다.



Q 두 분께서 꿈꾸는 결혼생활이 있을까요?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리스본의 야간열차>에는 “사실 드라마틱한 삶의 순간들은 가끔씩 믿을 수 없을 만큼 이목을 끌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있어요.

정말 그렇거든요. 어떤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것보다, 지금처럼 작은 것에도 늘 감동하고 고마워하며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아요. 남편에게 무엇을 특별하게 바라지 않아요.


남편이 변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이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해하는 저의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아요. 힘들 때 같이 울고, 아픔을 같이 견디고, 굳이 힘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고, 그저 안아주며 말없이 옆에 있어주고 싶어요.

다가오는 내일도, 10년 20년 뒤에도 딱 오늘만 같으면 좋겠네요^^



Q 끝으로 남편 분께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보, 부족한 나를 매일 사랑해주고 예뻐해 줘서 너무 고마워. 여보에게 받는 사랑과 행복을 마땅한 권리로 받아들이지 않게 평생 노력할 거야.


세상은 사랑을 받아야만 행복하고, 행복은 늘 먼 곳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사랑받는 것보다 여보를 사랑하는 것임을 평생 잊지 않을게요.


우리 엄마가 나에게 알려준 대로, 나는 여보의 생명이 되고, 쉴 수 있는 쉼이 되고, 집이 되어 줄게.


먼 훗날, 함께 예배를 드리며 주름이 많아진 내 손을 그냥 꼭 잡아주세요.
그때도 내 옆에 있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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